하나은행이 비(非)대면 점포 앱 ‘하나MY브랜치’(가칭)를 오는 10월 출시한다. 비대면 금융의 편리함과 대면 금융의 세밀함을 결합한 온라인 특화 지점이다. 가상 공간에 ‘MY브랜치 (주)SK’ ‘MY브랜치 금호아시아나’ ‘MY브랜치 GS건설’ 등을 각각 따로 만들고, 소속된 소비자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비대면 실험…온라인 지점 수천 곳 연다
모바일 지점 수천 개 만든다

‘하나MY브랜치 A’에는 A기업 소속 직원만 가입할 수 있다. 소비자는 기존 풀뱅킹 앱 하나원큐에선 범용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만 받을 수 있지만, MY브랜치를 활용하면 A기업 직원에게 맞는 대출을 비대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협약 기업 우대예금 가입 외에도 A기업 전용 법인카드 신청, 우리사주 전용대출 등 특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최근 4~5년간 대부분의 은행은 투트랙(두 갈래) 전략을 써왔다.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풀뱅킹 앱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지점 영업을 통해 특화서비스를 따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웬만한 은행 업무는 ‘하나원큐’와 같은 범용 앱으로 해결하고, 안 되는 일이 있으면 지점을 방문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범용 앱만으로는 핀테크(금융기술)업체와 인터넷전문은행 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은행원은 주거래 기업 직원에게 예금 금리를 더 주고,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등의 ‘재량 업무’를 한다. 하나MY브랜치는 이런 은행원 고유의 업무를 비대면 앱에 녹이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하나MY브랜치는 일종의 앱 내 카페다. 소비자를 특징별로 쪼개 제공 기능을 달리한다. ‘주거래 지점’ 수천~수만 개를 한꺼번에 만드는 효과가 있다. 브랜치별로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상품을 앱 내 게시판에 공지하고,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변도 제공한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은행원

기업별 브랜치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MY브랜치 B아파트’에선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팔고, ‘MY브랜치 C투자동호회’에선 펀드 영업을 할 수 있다.

지점 은행원의 영업 형태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창구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를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고객군을 찾아 MY브랜치 개설을 제안하는 게 일상이 될 전망이다. ‘온라인 영업왕’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신 지점의 반복적 업무는 대폭 줄어든다. 하나은행은 영업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용 MY브랜치 앱와 별개로 관리자용 앱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격화를 앞두고, 하나MY브랜치 앱 안에 펀드 등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기능도 단계적으로 넣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의 금융 투자상품 가입 경험, 위험 감수 성향, 자산 규모 등을 평가한 뒤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안내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는 앱 안에서 지점 은행원 및 본점 WM전문가와 화상 상담을 할 수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에 대면 금융의 감성을 넣기 위해 고민했다”며 “각각의 소비자 사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 기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