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반도체·스마트폰 사장단을 소집해 릴레이 회의를 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반도체·스마트폰 사장단을 소집해 릴레이 회의를 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경영현안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을 책임지는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하고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데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한 한·일 갈등이 재점화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 많아졌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DS(반도체)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을 논의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반도체업계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엄중한 시기가 왔다는 게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찬 직후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전략 간담회가 이어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앞으로 도입할 신공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5나노 공정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7나노 공정을 활용 중인 지금보다 훨씬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장단과의 릴레이 미팅에서 미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한 지난달 18일에도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일정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경영진과의 간담회였다. 이 부회장과 무선사업부 사장단은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판매 전략을 논의했다. 내년에 선보일 플래그십 제품군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무선사업부 간담회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 최경식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 김경준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 김성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2분기도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력 시장에서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계에선 당분간 이 부회장이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소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삼성 측의 요청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까지 결정됐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달 말까지 경영에 집중할 시간을 번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목표는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뉴 삼성’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현안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작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