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대부분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고 있다. 대신 투자로 손실을 보면 손실을 이월해 다음해에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고 투자자가 주식을 팔아 실제 돈을 벌었을 때만 이익금에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처럼 증권매매 때 세금을 물리고 일부(대주주 또는 거액 투자자)에 한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한국처럼 전체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일부 상품에서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과세당국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금융투자 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증권거래세 없이 주식을 팔 때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식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해당한다. ②홍콩 태국 싱가포르 등 국가처럼 주식 양도소득세가 없는 대신 0.1~0.2%의 증권거래세만 물리는 방식이 있다. ③한국처럼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물리는 식이다.

이 중 ‘대세’는 금융투자에 따른 이익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은 1990년대 전후로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부과로 방식을 바꿨다. 스웨덴이 대표적인 사례다. 1984년 거래소에서의 주식 취득과 양도에 대해 0.5%의 세율로 과세하는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가 1991년 폐지했다. 주식시장 거래물량의 절반 이상이 영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거래세가 자본 이탈을 부추겨 세수가 줄어든다는 게 이유였다. 독일은 1991년, 일본은 1999년 폐지했다. 미국은 1965년 일찌감치 증권거래세를 없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투자 손실에 대한 이월 공제와 손실을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익 통산’을 허용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주식투자로 손실이 나면 이듬해에 손실을 감안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손실 이월 제도’다.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 어떤 해에 큰 손실을 보면 몇 년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하다. 주식투자로 한 번 크게 손해를 본 투자자는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3년 동안 손실을 이득에서 상계해준다.

다만 각국이 중시하는 목표에 따라 세금 과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자본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은 장기투자에 낮은 세율로 우대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자본이득 등에 똑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상품 간 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은 자본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소득에 전반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