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저신용등급 회사채·CP(기업어음)를 매입해주는 'SPV(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 기구)'를 조속히 출범시켜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항공·해운·조선 업체 등을 지원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정부가 SPV 설립방안을 공개했지만 재원조달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우량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 단위는 억원. 자료: 대한상의, 연합인포맥스
비우량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 단위는 억원. 자료: 대한상의, 연합인포맥스
14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비우량 회사채 만기는 이번달과 오는 9월에 몰려있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비우량 회사채 규모는 1조901억원이고 9월은 1조4260억원이다. 6월과 9월 물량은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전체 비우량 회사채의 약 53%다. 6월에는 기업의 상반기말 결제자금 수요가 몰려 있고, 금융회사의 분기말 건전성 평가 등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2분기에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저신용등급 회사채·CP·단기사채를 매입하는 SPV설립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재원조달에 필요한 조치들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실제 SPV 출범과 가동 시기가 불확실하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기업들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항공기 90%가 운항 중지돼 현금 유입이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SPV가 가동되기 전 ‘자금 보릿고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운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한 데다 운임마저 낮아 급한대로 노후선대 10여척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이달 중 SPV 활동이 시작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민경희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대상 업종인 조선·항공·해운업 기업들이 저신용 등급 회사채 시장에 많다"며 "지원범위를 저신용 등급으로 확대하는 조치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