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철통 보안 속 깜깜이 검증…"기술 검증 한정해야"
부산시 기대 섞인 전망에도 검증 결과 아무도 예상 못 해
신공항안 부적합 결과 나와도 동남권 관문공항 산 넘어 산
[김해신공항 재검증](하) 동남권 최대 현안…결과 예측 불허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최근 분과별 검증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분과별 검증 결과를 담은 보고서 초안을 공유하고 보완한 뒤 최종 보고서 작성을 거쳐 이달 안에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나'라는 명제로 총괄, 안전, 소음, 환경, 시설 운영수요 등 5개 분과별로 김해신공항이 지닌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울산·경남은 총리실 검증이 '기술 검증'에 국한돼야 하며 검증위가 국토부 입장을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총리실 검증위는 논란이 돼 온 김해신공항안의 문제점에 대한 기술적 검증 결과만 발표할 뿐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관해 판단은 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정책 결정 권한이 있는 청와대가 김해신공항안 운명을 결정할 개연성이 높다.

[김해신공항 재검증](하) 동남권 최대 현안…결과 예측 불허
◇ 김해신공항안 부적합 결론 나와도 동남권 관문공항 '먼 길'
부산시는 "검증위가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결과를 발표할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도 "김해신공항안의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다 해도 시가 바라는 대로 당장 김해신공항안이 백지화되고,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 공항을 짓는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2016년 정부가 확정 발표한 김해신공항안을 누가 나서서 폐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김해신공항을 추진해온 국토부가 스스로 폐기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

결국 '통 큰' 정치적 결정이 있어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 중 동남권 관문 공항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가덕도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해당 지역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변수다.

특히 경남은 지리산권과 남부해안권, 중부권과 동부권 등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울산 여론도 밀양, 김해, 가덕도 순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기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동남권 관문공항 입지 결정에 대구·경북 눈치를 보지 않게 된 것은 부산에 호재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최근 "김해신공항 확장안 발표 이후 대구 군 공항을 이전하기로 했고 현재 경북 군위와 의성에 새 공항 후보지를 정하는 단계"라며 "대구경북지역 공항 문제는 일단락됐으므로 부·울·경의 동남권 신공항문제는 대구·경북이 왈가왈부 못 한다"고 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안이 폐기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두고 총리실, 울산시, 경남도 등으로 '정책협의회'를 꾸려 신공항 입지를 이른 시일 안에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해신공항 재검증](하) 동남권 최대 현안…결과 예측 불허
◇ 김해신공항 기술적 문제 있으나 보완 가능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개선점을 제시하며 보완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시가 2년 가까이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비전은 물거품이 된다.

부·울·경 시도지사와 국토부 장관이 검증위 결과에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불복할 명분도 없다.

동남권 관문 공항이 사실상 무산되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 대한 지역 민심은 더 싸늘해져 지역 정치판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산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항 건설은 국토부나 국토부가 지정한 사업자가 추진할 수 있는데, 김해신공항을 주장해온 국토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공항 민자 건설을 승인해줄 개연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재검증](하) 동남권 최대 현안…결과 예측 불허
◇ 2016년 트라우마…전혀 예상 못 한 결과 나올 수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2016년 가덕도와 밀양 중 신공항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가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설치하는 내용의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한 것처럼 이번에도 부·울·경이나 국토부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정치적 신의 한 수'가 나올 수도 있다.

검증위가 뚜렷한 검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정부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결정을 미룰 개연성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을 무산시킬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가 지역 정치권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