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에 '정면 대응'

市, 문화공원 지정 추진에
입찰 참가 업체들 잇따라 '유보'
보상비 4670억…"적정가 못 미쳐"

서울시 "당초 계획대로 추진"
8월까지 공원화 계획 마무리
대한항공, 권익위에 SOS…"서울시의 부지매각 방해는 위법행위"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 송현동 부지의 공개 매각을 방해하는 서울시의 행위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서울시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기 싸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서울시가 공개 매각 방해”

대한항공, 권익위에 SOS…"서울시의 부지매각 방해는 위법행위"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권익위에 제출한 고충 민원 신청서에서 “핵심 자구 대책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과 강제 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문화공원을 결정하기 위한 (서울시의) 행정 절차와 부동산 업무 방해 행위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전날 마감된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엔 당초 15개 업체가 참가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 계획을 강행하자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업이 행정소송을 내지 않고 권익위를 찾아 민원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한항공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의미다. 권익위 설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권익위는 고충 민원이 들어오면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권익위 결정은 시정 권고 수준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권익위가 서울시의 무리한 행정으로 대한항공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인 이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자금난이 심화하자 연내 이 땅을 팔아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지만 지난달 서울시가 이곳에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시가 공원 조성화 계획을 밝히자 기존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기업과 투자자들이 돌아섰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제시한 보상 금액과 지급 시기가 모두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비 4670억원이 대한항공이 책정한 적정가 6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2년 동안 보상비를 나눠서 내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유동성 긴급 확보’라는 매각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민원과 별개 사안”

서울시는 “부지 매입과 공원화 계획을 원래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지와 역사적 중요성 등을 감안해 해당 부지를 공공 활용 목적으로 써야 한다는 뜻을 지난해부터 대한항공에 전달해왔다”며 “대한항공이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넣은 것과 별개로 공공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 보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강경하게 나오면서 대한항공의 공개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송현동 부지를 개발하려면 인수자가 별도로 용도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공원 조성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복궁 인근의 송현동 부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물 개발 시 높이가 12m로 제한된다.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도 150% 안팎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서울시가 개발 허가권을 앞세워 사유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이는 건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적기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자산을 캠코를 통해 매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기업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입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돕겠다는 취지인 만큼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매각의 최종 목표는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측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이유정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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