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연장되나…금융당국 선택은 '열린 결말'
공매도 금지 해제에 대해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급반등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아직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공매도 금지에 대해 계획대로 약속된 시점에 해제돼야 한다는 의견과 최소 3개월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은 상태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15일로 종료되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놓고 후속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제도 개선, 기간 연장, 단계적 해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는) 9월까지 의견을 듣고 공매도 금지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해제하더라도 갑자기 환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하고 연장이 필요하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열린 결말'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9월15일 직전까지 증시의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증시 회복, '공매도 금지' 효과일까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법에서 허용하는 투자기법이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매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되나…금융당국 선택은 '열린 결말'
금융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효과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공매도 금지 시행 전거래일인 3월13일 1714.86에서 전날 2176.78로 27%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44% 넘게 폭등했다.

다만 주가 회복이 온전히 공매도 금지의 효과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같은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6%)와 일본 니케이255 지수(29%)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도 이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증시가 오른 게 공매도 금지 때문인지, 세계 증시가 오르면서 함께 오른 건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도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는데,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도 있고 금지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 했다.

◆ "최소 3개월 연장" vs "주가 과열 우려"

개인 투자자들은 최소 3개월 이상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뒤 전면 폐지를 위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개인 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당장 전면 폐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니 최소 3개월 이상 금지 조치를 연장한 뒤 향후 절차를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공매도 금지 해제와 관련해 "해제하더라도 갑자기 환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하고 연장이 필요하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공매도 금지 해제와 관련해 "해제하더라도 갑자기 환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하고 연장이 필요하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연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가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효과가 있는만큼 주가와 실물경기 간 괴리가 커진 현재의 '그레이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 상황에서는 해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하면 주가 과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대형주를 시작으로 공매도 가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조치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시가총액 등 일정 기준 이상의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추진 가능한 방안이라고 판단해 올 초 금융위에 제안했다.

다만 금융위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향을 갖고 협의하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