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표님 호칭 대신 '제롬'…영어이름 부르고 주 1회 재택근무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출근할 때 그에게 깍듯이 90도 인사를 하는 직원은 없다. “안녕하세요 제롬” 하며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한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는 지난 1일부터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알려진 롯데 계열사 전체에서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한 것은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가 처음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수평적 호칭 제도(영어 닉네임, 공통 호칭 제도 등)는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벤처, 스타트업 등에선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 5대 그룹 가운데선 SK텔레콤 정도만 도입했다.

조 대표가 솔선수범하자 임직원도 영어 닉네임을 부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의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영어 이름 명패를 달았다. 이 아이디어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내에 꾸려진 기업문화 개선 태스크포스팀(TFT) 소속 젊은 직원들이 냈다. 조 대표가 채택하고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이 곧바로 수락했다.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이 같은 시도는 ‘디지털 전환’이 그만큼 절박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e커머스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재 육성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e커머스 임원 14명 중 10명이 롯데 공채가 아닌 외부 출신이다. 직원 중에서도 경력직원의 비중이 훨씬 높다. 750명의 직원 가운데 롯데그룹 출신 직원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공채 순혈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롯데 내에서 경력직 비중이 가장 높은 e커머스사업부가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쉬울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주 1회 재택근무제도 도입했다. 지난달 말 롯데지주에 이어 이달부터 롯데쇼핑이 주 1회 재택근무제를 시행했다. 롯데멤버스 등 다른 계열사도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