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고용 지표 '사상 최악'인데…'좋은 실업'이라는 정부
지난달 실업률이 역대 5월 중 최고치를 찍었다. 실업자 수도 5월 중 최대였고, 청년 실업률도 두자리 수로 뛰어올랐다. 10년 만에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했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의 고용률이 하락했다.

이처럼 5월 고용지표로는 사상 최악인데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컸던 4월과 비교해서는 개선된 측면이 있다는 견해다.

○실업률·실업자 수 사상 최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3만명이었다. 지난해 5월보다 39만2000만명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게다가 취업자 수와 제조업 취업자 수 모두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 수가 석 달째 줄어든 건 2009년 10월∼2010년 1월까지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은 지 10년4개월만이다.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18만3000명)의 감소폭이 컸다. 이 때문에 15세 이상 고용률은 60.2%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늘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3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0.5%포인트 오른 4.5%였다. 실업자 수와 실업률 모두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낸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도 1년 전보다 2.4%포인트 오른 14.5%로, 5월 기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였다. 청년층의 확장실업률 역시 2.1%포인트 오른 26.3%로 최고치였다. 단순 청년 실업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라 10.2%로 2년여만에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구직활동 늘어 실업률 증가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5월의 고용지표지만 통계청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실업자 수가 늘고 실업률이 증가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던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 활동에 나선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절벽'의 바닥을 쳤다는 '좋은 실업'에 가깝다는 얘기다.

다른 근거도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9만2000만명 줄었지만 감소폭은 지난달(-47만6000명)보다는 완화됐다는 점에서도 희망을 찾고 있다. 일시 휴직자 수도 지난달 102만명으로 지난 4월(148만5000명)에 비해 줄었다. 1년 전 대비 증가폭도 4월(113만명)보다 5월(68만5000명)이 감소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지표에서도 개선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5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에 비해 55만5000명 감소했지만 4월(83만1000명)보다는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확진자 증가세와 제조업 상황이 변수"

전체적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일자리 참사 상황에서는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하반기에 정부의 재정을 투입한 단기 직접 일자리 사업과 '한국판 뉴딜'이 본궤도에 이르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발 1차 고용시장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 고용시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4월에 비해 5월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6월 이후 코로나19확진자 수 추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고용 시장이 여전히 단기 일자리 중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6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2036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7.7% 감소했지만 36시간 미만으로 일한 사람은 55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6% 늘었다. 장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업 고용 지표는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와 제조업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감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