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펭귄 무리가 먹이 사냥을 나가지만 막상 물을 보면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다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들도 뒤를 따른다. 여기서 나온 말이 ‘퍼스트 펭귄’이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도자’를 의미한다. 2005년 설립된 모두렌탈은 국내 렌털 플랫폼업계의 퍼스트 펭귄으로 불린다. 코웨이, 청호나이스처럼 자체 생산 제품을 대여해주던 국내 렌털시장 속에서 ‘렌털 플랫폼’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 처음으로 사업에 나선 곳이다.

모두렌탈의 총계정 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0만 개다. 컴퓨터에서부터 음식물처리기, 의류건조기, 전자레인지 등 각종 기기 및 가구, 헬스케어 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100여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렌털해주는 기업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모두렌탈 매출은 최근 4년 만에 77% 증가했다. 2015년 398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말 707억원으로 불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기준 125억원이다.
"렌털 '퍼스트 펭귄'…엄격한 제품 선택이 열쇠"
렌털 전환율 29%…국내 1위 플랫폼

2005년 설립 당시 모두렌탈은 홈쇼핑·온라인 등으로 컴퓨터를 판매하는 단순 판매 채널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판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이 회사의 고선우 대표(사진)는 사업 방향 전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퇴근하던 중 “컴퓨터를 사야 하는데 비싸서 고민”이라는 운전사의 말을 듣고 컴퓨터 렌털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월 2만~3만원씩 일정 기간 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컴퓨터를 사게 되면 부담이 덜하겠느냐”는 고 대표의 질문에 운전사는 흔쾌히 “그렇다”고 답했다.

모두렌탈은 200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렌털기업으로 변신했다. 시작은 컴퓨터였다. 이후 전기레인지와 승마기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2년 출시한 독일의 ‘틸만 전기레인지’는 홈쇼핑 판매 당시 시간당 38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5년에는 ‘집에서 즐기는 말운동기구’로 불리는 승마기가 높은 주문량을 올리며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이 무렵 모두렌탈은 여러 렌털 플랫폼 속에서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모두 주목하는 것이 모두렌탈의 렌털 승인 전환율이다. 렌털 신청 후 실제 계약으로 이뤄진 비율을 의미한다. 이 전환율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갈린다는 렌털업계의 핵심 지표다. 모두렌탈의 전환율은 업계 평균인 19%보다 10%포인트 높은 29%다.

고 대표는 “모두렌탈은 아무 제품이나 플랫폼에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인지, 품질과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인지, 적정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등 여러 조건을 따져 제품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1000억원에 인수

지난해 말 모두렌탈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모두렌탈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한 SV인베스트먼트·AJ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모두렌탈 지분 100%를 10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 과정에서 고 대표는 많은 걸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건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컨소시엄 쪽에서 모두렌탈의 재무적 건전성과 성장여력, 협력업체와의 상생도 등을 높이 평가하고 인수를 제안해왔다”며 “더 많은 상품 개발과 인프라 투자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3년 안에 모두렌탈을 상장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30만 개인 계정 수를 3년 안에 50만 개까지 늘리고, 같은 기간 매출은 2000억원까지 성장시킬 것”이라며 “3년 후의 성과를 봐가며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