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원화가치 상승) 석 달여 만에 1100원 선에 근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고비를 지났다는 안도감이 국제 금융시장에 퍼지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누그러진 결과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원10전 내린 달러당 1212원에 장을 출발했다. 오전 한때 달러당 1200원80전까지 내려가며 1100원 선에 성큼 다가서기도 했지만 갈수록 낙폭을 줄여 오후 2시36분 현재 1204원30전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진 지난 3월11일(1193원) 후 1200원 선에서 움직여왔다. 지난 3월19일에는 1285원70전까지 올라가며 1300원 선 돌파 눈앞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3월19일 오후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직후 최근까지 1215~1240원 선 박스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봉쇄된 경제활동이 재차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환율 흐름이 달라졌다. 위험자산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의 유인이 커지면서 지난주(6월1~5일)에 환율이 31원40전이나 떨어져 1200원 선까지 내려갔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개선된 결과가 나온 것도 이 같은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일자리수가 250만개 증가했다고 5일 발표했다. 750만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깬 것이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13.3%로 전달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실제 실업률 통계는 16.3%로 추정됐지만 여전히 시장 예상치(19.6%)를 밑도는 수치다. 이 같은 '깜짝 발표'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담으려는 움직임은 보다 강화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꺼낸 것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를 기존 7500억달러에서 1조3500억달러로 6000억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증액 규모(5000억달러)를 웃돈다. PEPP는 ECB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를 비롯한 자산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있고 위험자산 선호도가 커지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직후 한국 주식을 사들이려는 외국인의 수요가 커지면서 그만큼 환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200원을 밑돌면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며 "환율이 평균 1150원까지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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