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

코로나·무역분쟁·한일 갈등 변수
오너 구속 땐 경영공백 불보듯
애플·MS, 공격적 M&A 바쁜데
삼성은 4년간 兆단위 인수 전무
삼성의 ‘신경영’이 법률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분수령은 8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심사다.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이면 신경영의 구심점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악재 쌓였는데…'뉴삼성' 동력 상실하나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을 가동했다. 임직원 중 상당수가 주말에도 출근하며 돌발변수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삼성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까지 표면화하면서 ‘시계 제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일 갈등’이다.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에 응하지 않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일본 정부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빚어졌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이 한·일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및 장비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미세 공정이 가능한 극자외선(EUV) 반도체 생산라인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형 신규투자, 글로벌 M&A 등 조(兆)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중대 결정이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 발 빠른 의사결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온 ‘초격차’ 전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선 삼성이 글로벌 기업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인도 통신회사 릴라이언스지오의 지분 9.99%를 57억달러(약 6조8900억원)에 인수했다. 사진 검색엔진 업체 기피를 4억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올해 벌어진 일이다. 애플은 올 들어 머신러닝 스타트업 인덕티브와 가상현실(VR) 스타트업 넥스트VR을 사들였다.

반면 삼성은 2016년 전장 업체인 미국 하만을 인수한 뒤 4년째 이렇다할 M&A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공격적인 M&A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경제계에선 사법부 판단에 따라 삼성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와 달리 M&A는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오너의 결단 없이는 대규모 M&A 성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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