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갔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무승부로 일단락됐다. 두 회사가 서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사건을 공식 취하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5일 두 회사가 신고를 취하해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신제품 브랜드 ‘QLED TV’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LED(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TV 후면 광판)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QLED란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삼성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삼성전자는 한 달 뒤 맞대응에 나섰다. LG전자가 OLED TV 광고에서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했고, 삼성 TV에 대한 영어 욕설로 인식될 수 있는 장면까지 사용했다며 LG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기 싸움을 벌이던 두 회사는 지난주 ‘휴전’에 합의했다.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신고 취하를 요청한 것은 지난 4일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 취하와 함께 소비자 오인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다고 보고 심사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앞으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품질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공정위 발표 후 나란히 입장문을 내놨다. 신고는 취하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비방 광고를 중단함에 따라 신고를 취하했다”고 밝힌 후 이번 공정위 신고건으로 고객 대상 QLED TV 마케팅에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QLED TV 명칭과 관련해서는 수년 전 이미 다수의 해외 규제기관이 명칭 사용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QLED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2017년 QLED 제품을 내놓은 시점부터 일관되게 QLED의 우수성을 알려왔으며 QLED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세계 TV 시장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신고 이후 삼성전자가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QLED TV가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넣은 제품임을 인정해 신고를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자발광 Q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아님을 삼성전자 스스로 명확히 알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환경이 어렵다는 점도 신고 취하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형석/노경목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