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 셋 중 하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을 낸 기업도 넷 중 하나에 달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기업 3곳 중 1곳, 영업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34.1%였다. 2013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2017년 28.3%, 2018년 31.3%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외부 감사를 받는 비금융 영리법인 2만5874곳의 2017~2019년 별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8823개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았다고 한은은 전했다.

이자비용도 못 갚는 기업이 증가한 것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영업손실을 낸 기업 비중은 2017년 19.6%, 2018년 21.6%, 2019년 23.4%로 높아졌다. 매출 증가율도 2017년 9.9%, 2018년 4.2%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는 -1.0%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정유(-6.8%), 화학(-6.8%), 전자영상통신장비(-8.4%) 등의 매출 감소율이 지난해 특히 컸다. 강창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이 크게 감소하면서 정유업체 매출이 줄었고 화학업체도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며 “반도체 수출이 전년에 비해 25%가량 줄어든 것도 전체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6.9%)에 비해 2.2%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7.3%)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의 경우 4.6%로, 전년에 비해 2.6%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은 5.2%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 추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기업의 재무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95.4%로, 전년 말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73억1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33억3000만달러 늘었다. 4월(37억7000만달러 증가)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난 3월 말(4002억1000만달러)에는 90억달러가량 줄었다. 급등한 원·달러 환율(원화 약세)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잖은 외환보유액을 사용한 영향이다. 하지만 4월(4039억8000만달러)에는 37억7000만달러 늘었고 지난달에도 비슷한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한은이 보유한 미국 국채 등의 매매 차익과 이자 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가 4월에 비해 하락하면서 유로, 엔, 파운드 등 비(非)달러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로 등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한 미 달러화지수는 지난달 말 98.38로, 전월 말에 비해 1.5% 떨어졌다.

자산별로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57억1000만달러)이 전달에 비해 42억달러 늘었다. 반면 은행 예금 등 예치금(300억1000만달러)은 12억1000만달러 줄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