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에너지 장관과 가스공사 사장 인연 화제
한국이 진단키트 등 보내자 고마움에 "이름 부르는 사이 되자"
한국의 카타르 LNG선 싹쓸이 수주에 힘 보탰다는 분석도
LNG선 100척 발주 카타르 장관, 가스공사 사장에 "친구 먹자"

"이제 퍼스트 네임(first name·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됩시다."

전화기 너머의 카타르 국영석유회사(QP)의 사장인 사드 셰리다 알카비 에너지장관(사진)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사진)에게 말했다. 채 사장은 "그럽시다.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답했다.

최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에 80~120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카비 장관과 채 사장의 관계가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LNG선 100척 발주 카타르 장관, 가스공사 사장에 "친구 먹자"

사연은 이렇다. 알카비 장관은 카타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자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알카비 장관은 당시 가스 거래를 하고 있던 가스공사의 채 사장을 떠올리고 전화를 건다. 당시 카타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명을 넘어선 때였다. 카타르의 거주자는 280만명, 국적자는 28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많다.

채 사장은 카타르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바로 다음날 대전 대덕에 있는 바이오니아 회사를 찾아간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을 국산화해 만들고 있다. 채 사장은 이 회사 박한오 대표와 만나 카타르에 진단키트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박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바이오니아는 채 사장의 요청대로 이후 카타르에 진단키트와 시약 등을 보냈다. 회사는 카타르에 아예 인력까지 파견해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이에 감동한 알카비 장관이 채 사장에 감사 전화를 걸며 한 말이다. '퍼스트 네임 베이시스'는 친구가 됐다는 말을 뜻한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LNG선을 대거 발주할 움직임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채 사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가 100여척의 카타르발(發) LNG선을 싹쓸이 한 배경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와 진단키트 등으로 구현되는 K바이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정(情) 문화가 있었다"고 했다.

채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LNG선 수주에 대해 묻자 "우리의 조선 기술이 좋아서이지, 내가 한 건 조연 역할에 불과하다”라고만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