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내 좌석에도 화물 싣는다"…대한항공·아시아나 화물로 '숨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기의 빈 좌석을 활용해 화물 운송량 확대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객 수요 회복이 더뎌디자 항공사들이 화물로 실적 만회를 노리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내 빈 좌석에 화물을 싣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이달부터 여객기 좌석에 고정장치를 설치할 경우 화물을 싣을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기 화물칸과 객실 내 천정 수하물칸(오버헤드빈) 외에는 기내 화물을 실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노는 비행기가 많아지자 좌석에 고정장치를 설치하고, 안전을 위해 특별 포장하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만큼 좌석 활용항공사들의 규제 완화 요청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태도를 바꾼 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화물 사업이 항공사들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항공 운항편이 급감하면서 외국 항공사 여객기를 통해 수송됐던 상당수 한국발(發) 화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로 몰리고 있다. 의약품·의료장비 등 긴급 물동량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달려 화물 운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3배 뛰었다. 올 1분기(1~3월)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매출은 64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46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여객 매출은 1조2828억원으로 1년 전(1조9057억원)보다 약 32% 급감했다. 사실상 화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화물 매출도 33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92억원)보다 12% 증가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양대 항공사는 화물 사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빈 좌석에 반도체, 전자부품, 진단키트 등 부피가 작은 물품을 더 실을 수 있다"며 "화물 사업 수익도 1분기보다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당분간 여객 대신 화물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달부터 미주·유럽 노선 일부 운항을 재개하는 것도 화물 운송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