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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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세 차례에 걸쳐 59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올 한해에만 나랏빚이 111조원 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50조6000억원) 기록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폭 증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이르러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훌쩍 넘겼다.

앞으로 중복·퍼주기 예산을 과감히 정비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대외신인도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나랏빚 역대급 증가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에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35조3000억원은 역대 최대였던 2009년 추경(28조4천억원)보다 약 7조원 많은 것이다. 앞서 확정된 1차(11조7000억원)와 2차(12조2000억원) 추경까지 합치면 올해 편성 추경은 총 59조2000억원에 이른다.

나랏돈 씀씀이가 커지니 나랏빚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의 역대 최악 기록을 모조리 새로 썼다.

작년말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올해 본예산 편성으로 805조2000억원으로 뛰었고,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815조5000억원(1차) → 819조원(2차) → 840조2000억원(3차)까지 커졌다. 1년 새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전까지 한 해 국가채무가 가장 많이 늘어난 때는 2009년의 50조6000억원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확 뛰었다. 2015~2018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35.7%~36.0%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 38.0%로 증가했고 올해는 43.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 국가채무비율 증가폭(5.5%포인트) 역시 이전 최고기록인 1998년 3.8%포인트를 크게 경신한 것이다.

재정 적자 역시 역대급이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뒤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12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5.8%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기록(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이로써 재정 당국이 그동안 재정건전성 유지의 기준으로 삼아왔던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0%가 모두 허물어졌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만큼 내년부터는 재정건전성 강화 노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출 구조조정은 물론 무분별한 세금 감면 축소 등을 통한 세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 위기 때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위기가 가라앉은 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른 게 사실"이라며 "향후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증세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편성 과정에서 일부 기존 예산 지출을 줄이긴 했으나 이것으로 부족하다"며 "500조원이 넘는 전체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식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채무비율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 등을 법제화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감사원도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를 향해 국가 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제언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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