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 앱 ‘요기요’가 사업 초기 가맹점에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4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공정위의 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플랫폼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에 공정위가 무리한 판단을 내릴까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3년부터 3년간 요기요가 가맹점에 요구한 ‘최저가 보장’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소위 ‘갑질’에 해당한다고 보고 앱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최저가 보장은 가맹 음식점들이 요기요를 이용한 배달보다 직접 주문이나 다른 앱을 통한 주문 음식값을 더 싸게 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복수 배달 앱에 가입한 음식점들이 요기요가 확보한 고객을 놓치기 싫어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다”며 “음식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해 경영권 간섭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등 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의 생리를 공정위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배달 앱 사업 초기에 새로운 플랫폼의 시장 안착을 위해 불가피한 규정이었다는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시장에 처음 진입한 2013년에는 가맹점과 고객 모두 배달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고, 직접 주문하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곳이 많아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 배달 앱 가맹점이 30만 곳을 넘어선 지금의 관점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갑질을 할 만큼 지배적인 사업자였는지도 논란거리다. 2016년 요기요 가맹점이 1만 곳 남짓에 불과해 가맹점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꼈다면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이 자리잡는 과정에서는 기존 사업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불공정 행위로 낙인찍는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플랫폼 사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결합 심사를 앞두고 공정위 내부에서 플랫폼 사업 전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경목/성수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