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유턴기업 지원책
제조업 비용절감엔 역부족…"고부가가치 산업 집중해야"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의 포스트코로나본부 '리쇼어링 TF(태스크포스)'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위원장. / 사진=뉴스1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의 포스트코로나본부 '리쇼어링 TF(태스크포스)'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위원장. / 사진=뉴스1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은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일까.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며 든 생각이다. 몇몇 리쇼어링 지원책이 담기긴 했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 생산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국내로 돌아와야 법인세 등을 감면해줬지만, 앞으론 이를 충족하지 않아도 해외 사업장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세제 감면 혜택을 준다. 아울러 꼭 해외 사업장이 돌아오지 않고 국내 사업장을 증설해도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국내 고용창출에 역점을 둔 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공언한 리쇼어링 강화의 구체적 대책을 내놓은 의미가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란 업계 평가가 나온다.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수출 주도형인 국내 기업들과 리쇼어링은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것이다. LG전자가 지난달 20일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연내 이전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 정부가 리쇼어링을 공론화하는 와중에 LG전자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 ‘생존의 문제’라서다.
국내 남는 삼성도, 해외 가는 LG도…리쇼어링은 '허상' [시선+]

LG전자는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경쟁이 심해지는 시장환경에 대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사업장 6개 TV 생산라인 가운데 이전하는 2개 라인이 바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싸워야 하는 일반 TV 생산라인이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 없이 관련 인력을 전원 재배치하기로 했다. “생사가 걸린 문제라 불가피하게 해외 이전하지만 리쇼어링의 목표인 고용창출에 신경쓰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하루 간격으로 삼성전자가 평택사업장의 극자외선(EUV) 활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구축을 발표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LG전자와 정반대 행보다. 하지만 반도체와 TV 시장 상황 차이를 감안하면 삼성의 결정을 리쇼어링 정책 호응으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삼성전자의 상대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다. 가격경쟁력으로 싸우는 일반 TV 시장과 달리 최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대당 1500만원을 호가하는 EUV 전담장비 운용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그중에서도 수도권 입지가 필요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기업인 중 처음 중국을 방문해 현지 시안공장에 힘을 줬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10조원 가까운 금액을 들여 2단계 시설까지 짓고 있다. 결코 리쇼어링이 경영판단의 우선순위가 될 순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리쇼어링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은 탓이다. 이종윤 전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리스크 회피’ 대비 없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위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력산업은 최소한의 국내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 최소한의 국내 생산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리쇼어링 추진은 결이 다른 사안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넘어 ‘메이드 인 베트남’·‘메이드 인 인도네시아’로 보다 저렴한 비용 확보를 위해 어디든 옮겨가는 수출 기업들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현실이 이렇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해서 제조업 대신 서비스산업을 키우자는 건 아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독일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노동력이 비싼 나라다. 비용절감이 우선인 기업들에게 무리해가며 국내로 돌아올 것을 종용하기보단 인공지능(AI) 접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같은 기술력 위주 산업 고도화에 집중해야 살 길이 열린다.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을 지낸 벤처 1세대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는 “앞으로 ‘AI 기업’이란 수식어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모든 기업이 AI 기술에 기반한 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인식 전환을 산업 현장에 촘촘히 반영하는 디테일이 눈앞의 리쇼어링 구호보다 좀 더 우선순위에 놓여야 할 정책방향 아닐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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