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공모에 주관사 총액 인수…자금 조달 안정성·이해관계 논란 방지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재원 조달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자금 확보를 제때 하는 동시에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공세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미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사실상 돌입한 만큼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 공모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 사채(BW) 3천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미 금융기관 차입으로 마련한 1천억원에 더해 총 4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서둘러 BW 발행 결정한 한진칼…3자연합 공세 원천 차단
이중 3천억원은 당초 계획대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투입해 종전 지분율(보통주 기준 29.96%)을 유지하고 나머지 1천억원은 유동성 확보와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천억원의 상환에 대비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한진칼은 종전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주배정 물량 이상을 소화하기로 한 상태다.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한진칼의 재원 조달 방안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으나 한진칼은 7월에 진행되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일정에 맞추기 위해 가장 실현 가능성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BW 발행을 택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한진칼의 재원 마련에 달린 만큼 적기에 자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보유 자산 매각 등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판단에서다.

BW가 일반 사채보다 이자율이 낮고 장기로 발행이 가능하며,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자본 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총액을 인수하기로 한 만큼 자금 조달의 안정성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특히 주주와 일반인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한진칼 측은 "이 같은 방식이 청약률을 높이고 일정을 단축할 수 있어 대한항공 유상증자 납입 일정에 맞추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둘러 BW 발행 결정한 한진칼…3자연합 공세 원천 차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한진칼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을 고려해 유상증자 실시가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3자 연합은 4월 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재차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한진칼을 압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백기사'를 확보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견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진칼 측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해 대한항공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는 것은 일정상 불가능하다"며 "한진칼 주가가 고가여서 주주대상 청약시 실권주 발생 가능성도 있고 일반인 대상 공모를 하더라도 필요자금 전액의 청약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둘러 BW 발행 결정한 한진칼…3자연합 공세 원천 차단
이에 따라 주주와 일반인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일반 공모 방식의 BW 발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번 BW 발행을 토대로 적시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한진칼의 차입구조 개선과 추후 자본확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데다 다른 자회사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만큼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BW 발행을 두고 일각에서 실질적인 유상증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BW는 향후 주가 상황에 따라 채권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신주를 발행하게 되므로 유상증자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서둘러 BW 발행 결정한 한진칼…3자연합 공세 원천 차단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진행 중이며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며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주관사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적정 가치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공시 등 절차에 따라 매각 진행 경과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