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찬사 '혁신금융' 의 민낯

의류·가전제품·킹크랩 등
動産담보 대출 전문 P2P업체
금감원 조사서 사기정황 포착
업체-차주 '짬짜미 대출' 의혹도
연 15% 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아온 유명 개인 간(P2P) 대출 업체에서 ‘돌려막기’ 정황이 포착됐다.

[단독] '연15%' 내걸고 돌려막기…P2P업계 '라임사태' 터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동산(動産) 담보 대출 전문 P2P업체인 블루문펀드를 검사한 결과 이런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P2P 대출은 인터넷으로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을 모아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나 기업에 빌려주는 중개 서비스다. 블루문펀드는 유통업체가 보유한 의류, 가전제품 등 재고를 담보로 잡고 동산 대출상품을 판매해 왔다. 유통업체가 재고를 판매해 자금을 회수하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이 회사가 내세운 평균 수익률은 연 15%로 높은 데 비해 공시되는 연체율은 2%대로 낮은 편이었다. P2P 투자자 사이에서 이른바 ‘고고단(고수익·고보상·단기상품) 투자 명소’로 입소문을 탔던 이유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간 업체의 정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문펀드와 차주(借主)가 유착해 서로의 계좌로 돈을 주고받은 내용을 금감원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엔 또 다른 동산담보 P2P업체인 팝펀딩에서 돌려막기와 자금 유용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블루문펀드가 팝펀딩과 비슷한 수법을 썼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 사각지대였던 P2P업계에 ‘묻지마 투자’가 몰리고 있어 검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P2P 대출 잔액은 2017년 말 7532억원에서 올 5월 말 2조3793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5.5%에서 16.2%로 치솟았다.

당국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퍼지는 고위험 투자 열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 들어 P2P 투자, 레버리지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역외보험, ‘사설 FX 마진거래’ 등에 잇달아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신발·냄비에 투자해도 高수익"…P2P, 깜깜이 담보로 '수상한 대출'
혁신금융'이라던 P2P 동산금융…'돌려막기' 의혹 잇따라
[단독] '연15%' 내걸고 돌려막기…P2P업계 '라임사태' 터졌다

인터넷 기반의 개인 간(P2P) 대출 중개는 한동안 ‘혁신금융의 총아’로 꼽혔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저신용자와 중소기업에 든든한 자금 조달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개인투자자에겐 쏠쏠한 고수익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P2P 시장정보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2017년 말 1조6820억원이던 국내 P2P 누적 대출액은 지난달 1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초고속 성장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참신한 사업모델’이라고 소개한 동산담보 전문 P2P에서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P2P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돌려막기 의혹, 왜 나왔나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P2P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 과정에서 동산담보 전문업체인 블루문펀드의 자금 유용, 투자금 돌려막기 등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P2P업체 팝펀딩과 비슷한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8년 설립된 블루문펀드는 온라인 유통업자 등을 상대로 재고를 담보로 잡은 뒤 투자자 자금을 모아 수천만~수억원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업체 측 공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평균 투자수익률은 약 15%에 달한다. 현재 529억원을 대출 중이고, 누적 대출금액은 1932억원이다. 국내 200여 개 P2P업체 가운데 중상위권에 속한다.

블루문펀드는 차주와 ‘짬짜미’ 대출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금감원도 이런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문펀드가 최근 판매한 의류 동산담보 대출상품의 증빙서류에는 정작 돈을 빌려갈 업체(차주)의 이름이 없다. 차주의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증명서의 주요 정보도 흐리게 처리돼 있다. 물류창고에 보관된 의류가 공시된 상품과 일치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어떤 업체에 대출했는지 깜깜이

신규 투자금을 모아 기존 대출을 갚는 돌려막기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문펀드는 2018년 초부터 월별 신규 대출(투자모집)액과 상환액이 거의 일치(상관계수 0.968)해왔다. 신규 투자받은 돈의 대부분을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줬다는 의미다.

이 회사가 2018년 동산담보대출을 처음 출시할 당시 담보물건은 분유, 수산물, 마스크팩, 커피선물세트, 골프웨어 등으로 다양했다. 대출(투자) 기간도 2~3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최근에는 품목 종류가 줄었고, 동일한 업체에 반복해 대출을 해주는 사례도 늘었다. 투자금 상환 기간도 6개월로 늘어났다. 담보물품의 종류와 대출금액 등에 상관없이 투자자에게 일괄적으로 연 15%의 이자를 약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의 신용도와 담보물품의 시장성, 대출액 규모 등에 따라 투자수익률은 달라지게 마련인데 의문이 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블루문펀드 측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금융권 “연 15% 수익률 의문”

동산담보대출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팝펀딩을 긴급 검사해 돌려막기와 자금 유용 정황을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팝펀딩 연체율은 95%까지 치솟았다. 기존 대출이 부실화했고, 신규자금 유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동산담보대출은 중소 업체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혁신금융’으로 각광받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팝펀딩의 경기 파주 물류창고를 방문해 “부동산 담보 중심의 기업대출 관행을 개선한 사례”라고 했다.

시중은행 전문가들은 신생 P2P업체가 재고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에게 얼마에, 얼마나 팔릴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재고자산이 창고에 제대로 있는지 관리가 어렵고, 부실이 생기면 현금화도 쉽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재고를 담보로 대출받을 정도의 상황에 내몰렸다면 해당 기업 신용도가 바닥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재고자산 동산담보대출을 다루는 기업·산업은행은 담보자산이 확실한 환금성을 갖추고 있고, 차주가 충분한 시장 내 지위를 확보하고 있을 때에 한해 대출해주고 있다. P2P업체는 ‘중개자’일 뿐이어서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아도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 100% ‘투자자 손실’로 끝난다는 얘기다.

구민기/임현우/김대훈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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