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매출 성장' 한국통산…실패 두려워 않는 도전의 힘
한국통산은 국내 원양어선 어망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국내 대표 수산물 기자재업체다. 조선, 자동차부품에 들어가는 동(구리)판 및 동코일을 생산하는 금속사업과 수산물 유통업도 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성장한 22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0% 증가했다. 창립 35주년이 되는 2022년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통산은 1987년 서일태 사장(73·사진)이 창업한 뒤 현재까지 33년간 단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내거나 매출이 하락한 적이 없다. 주로 수출과 무역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다 보니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오히려 환차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껑충 뛰었다. 러시아, 유럽(이탈리아), 중남미(파나마), 아프리카(알제리), 아시아(홍콩, 싱가포르) 등 여섯 곳에 해외 사무소를 둔 가운데 러시아와 무역 거래 규모는 연간 수천억원이 넘는다. ‘러시아 무역업계의 삼성’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때문이다.

어망시장 점유율 90%

'33년 매출 성장' 한국통산…실패 두려워 않는 도전의 힘
서 사장은 젊은 시절 선장의 꿈을 안고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체질 탓에 선장의 꿈을 포기했다. 대신 선장을 상대로 영업해야 하는 어망 제작·판매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평소 술을 못하는 서 사장이 원양어선 선장들의 마음을 얻은 비결은 철저한 ‘고객 중심 사고’다. 선장의 부인들에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날에 맞춰 감동의 편지와 꽃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창업 초기 부산 영도 24평 자택에 여섯 식구가 살 때, 오랜기간 못 만난 남편을 만나러 부산으로 내려온 선장 부인을 위해 안방을 내준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서 사장이 일군 한국통산 어망은 현재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누비는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 등 주요 참치업체의 원양어선 60여 척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다. 한 척이 운동장 반만한 크기인 거대 참치잡이어선에 공급되는 어망의 크기는 가로 2㎞, 세로 300m규모에 달하며 하나당 가격은 수억원 수준이다. 한국통산 어망의 경쟁력은 참치가 잘 잡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한 수산 대기업은 한국의 동원산업과 사조산업 등이 참치를 잘 잡는 비결이 뭔 지 수소문 끝에 한국통산 어망을 쓴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이 제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통산은 수산업 유통에도 뛰어들었다. 동원 사조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견·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참치를 유통·수출하는 업체다. 코로나19 발생 후 가정용 냉동 가공식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베트남 수산물 가공공장을 통해 미국 월마트에 납품하는 명태가공육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33년 매출 성장' 한국통산…실패 두려워 않는 도전의 힘
기대밖 두 번 도전의 성과

수산업 관련 기업이지만 연간 매출의 절반(1000억원 규모)은 금속사업에서 나온다. 금속사업 진출은 1995년 기존 어망 제조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바로 옆 공장 부지(부산 사하구 신평동)를 사들인 게 계기가 됐다. 당초 부지에 딸려 온 제조 설비를 버리려다 “설비를 활용해 금속사업을 해볼 만하다”는 내부 직원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현재 한국통산은 동판재시장에선 국내 1위, 동코일시장에선 풍산, 이구산업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2차전지 소재(동박) 수요가 늘고 있어 이 분야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속사업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은 ‘오메가3’사업이다. 2018년 오랜 친분을 쌓아온 러시아 업체가 “오메가3 제조 공장을 지어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찾아왔다.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한국통산은 이 제안을 거절할까 고민도 했지만 고객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도전하기로 했다. 사업 초기 우여곡절도 많이 겪어야 했다. 초기 의존했던 컨설팅사나 관련 업체들이 실무 경험이 없어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못 준데다 러시아 현지 복잡한 규제 등 난관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서 사장 장녀인 서지영 전무는 “밤새워 바이오 서적과 논문을 뒤지며 맨땅에 헤딩하듯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통산은 작년 러시아 캄차카 지역에 국내 기업 최초로 일관생산체제의 오메가3 정제공장 설비를 완공했다. 현재까지 오메가3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생산하는 국내 대기업은 있었지만 해외 원료를 직접 추출해 오메가3를 생산한 경험은 한국통산이 국내 유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자체 오메가3 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서 사장은 한국통산 30여 년 영업흑자의 비결을 ‘사업 다각화’라고 꼽았다. 서 사장은 “금속사업과 오메가3 공장 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것이 성공의 바탕이 됐다”고 했다. 한가지 사업이 잘 된다고 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도전해 제조와 유통, 수산업과 비수산업 등으로 매출을 골고루 분산시킨 것이다. 물론 자원재활용사업이나 암치료 건강기능성 사업 등 실패로 끝난 도전들도 있었다. 하지만 “5개 도전해서 2개라도 성공하면 그것은 성공”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경영철학이다.

한국통산은 서 사장에서 서 전무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이다. 젊은 시절 회사 바닥부터 업무를 익힌 서 전무는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막히는 사업마다 긴급 투입돼 뚝심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사내에선 '해결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국통산은 작년 7월 주요 사업부문별로 분사를 실시해 업종별 전문 경영을 강화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