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 5개월째 상승…미·중 '新냉전'이 변수
미국 정부가 지난달 대(對)화웨이 제재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반도체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중국 정부는 퀄컴 인텔 애플 등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보복 대응을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D램이나 낸드플래시까지 미국의 제재가 확대되면 한국 기업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홍콩에 대한 무관세 등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반도체 가격에 대해선 계속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지만 숨고르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D램 업체 마이크론이 올 3~5월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할 정도로 반도체 수요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 촉각

D램 값 5개월째 상승…미·중 '新냉전'이 변수
최근 반도체업계 관심사는 화웨이 제재다. 미국 정부는 오는 9월부터 △화웨이와 자회사(하이실리콘)가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것 △화웨이와 자회사가 미국 기술 없이 설계하고 생산을 주문했을 때, 주문 받은 업체가 미국의 특정 기술과 장비를 이용·생산해 화웨이로 판매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핵심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다. TSMC가 화웨이로부터 설계와 주문을 받아 통신칩 등을 생산해 다시 화웨이에 납품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TSMC가 화웨이와 관계를 끊으면 화웨이는 통신칩 자체 개발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중국 업체들처럼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이 개발·생산한 통신칩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통신칩을 화웨이에 공급할 가능성에 대해 높지 않게 본다.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TSMC처럼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주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10조원을 투자해 평택2공장에 짓는다고 한 반도체 생산라인도 ‘파운드리’ 전용이다. TSMC가 화웨이 물량을 주문받아 생산하지 않는다고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주문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관련해선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화웨이가 설계하거나, 설계한 뒤 주문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을 확대하지 않는 한 영향은 중립적이다.

○홍콩 사태는 ‘찻잔 속 태풍’

홍콩 사태도 반도체업계로 이목이 쏠리는 요인이다. 홍콩은 2019년 기준 한국의 4대 수출 대상국(수출 규모 319억달러)인데, 이 중 약 69.8%(223억달러, 약 27조6000억원)가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이 물량의 90%는 다시 중국으로 들어간다.

미국이 홍콩에 준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홍콩 수출이 어려워지면 수출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은 “물류비 등 일부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고 말한다. 중국으로 직접 수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2분기는 긍정적…3분기 ‘미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반도체 신냉전까지 겹치며 지난달 D램,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량 거래 때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5월 고정거래가격은 4월(3.29달러)대비 0.61% 오른 3.31달러를 기록했다. 오름폭이 4월(11.9%) 대비 크게 둔화됐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4~5월 두 달 연속 보합에 그쳤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상승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마이크론이 3~5월 매출 전망을 최근 기존 46억~52억달러에서 52억~54억달러로 소폭 올린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관련 수요가 강한 영향이 크다. 최근 현물가격 하락세와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가격이 주춤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현물가격 하락이 3분기 고정거래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