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 대응두고 엇갈린 평가

"평판 쌓는데 20년, 망치는데 5분"
스타트업 '위기관리' 더 신경써야

안재광 생활경제부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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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쿠팡이 지난 28일 고객들에게 보낸 입장문 일부다. 23일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 닷새 만이다. 쿠팡발(發) 코로나 확진자가 111명(31일 0시 기준)으로 불어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됐을 정도로 온 나라가 코로나 공포에 떨고 있지만 쿠팡이 내놓은 사과는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송구한 대상도 국민이 아니라 고객이고, 발표의 주체도 김범석 대표가 아니라 법인 쿠팡이었다.

쿠팡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상황을 해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첫 감염 의심자를 인지한 다음날(25일)도 직원들을 출근시켰고, 첫 보도 자료도 26일에야 나왔다. 확진자가 14명으로 늘었을 때였다. 내용은 “철저하게 방역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과는 없었다.

확진자가 90명을 넘어서고 부천뿐만 아니라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발생하자 28일 쿠팡은 또 자료를 냈다. “고양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직원들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민들이 고통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초를 제공한 기업이 내놓은 보도 자료치고는 너무나 당당(?)했다.

쿠팡은 이날 저녁 다시 고객들에게 Q&A(질문응답) 형태의 자료를 보냈다. ‘송구하다’는 표현은 이때 나왔다. 하지만 자료의 포인트는 사과가 아니었다. ‘안심하고 쿠팡을 이용하라’는 것이 주된 메시지였다. “상품이 안전하다” “방역을 잘 했다” “방역당국과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30일 저녁 쿠팡은 또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에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이었다. “여의도 학원강사가 쿠팡 직원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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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스타기업 마켓컬리의 대응은 달랐다. 마켓컬리는 지난 27일 감염 의심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곧바로 조치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튿날(28일) 홈페이지 게시문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24일 상온 1센터에 출근한 일용직 근무자가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상온 1센터를 폐쇄했다.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은 전량 폐기하겠다. 확진자 발생으로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고경영자가 나서 사고 발생 사실과 조치 내용, 최고 책임자로서의 사과와 우려 공감을 상세하게 밝혔다.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전형이었다.

마켓컬리는 이후 빠르게 안정화됐다.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30일 별도 자료를 내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한 315명 전원을 격리 조치한 뒤 전수조사했다. 결과가 나온 310명은 100%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박하고 주장하는 '쿠팡'…사과하고 설명하는 '마켓컬리'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평판을 쌓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망치는 데는 5분이면 된다”고 조언했다. 두 회사 모두 창업 10년이 채 안 된 신생기업이다. 평판을 쌓는 과정 중에 있다. 둘 다 지금까진 순조로웠다. K팝 아이돌처럼 ‘팬덤’까지 형성할 정도로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확진자를 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셈이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를 빠르게 극복하고 좋은 평판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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