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은 어디에? 네이버의 '규제 알레르기'
국내 최대의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타고 그야말로 날아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언택트(비접촉) 유행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면서 금융·쇼핑·클라우드·웹툰 등 다방면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최근 두 달 새 2배 가까이 올라 현재 시가총액이 37조원을 넘는다.

이는 코스피 상장 기업 중 네 번째다.

그런데 네이버가 아직 대기업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른바 준(準)대기업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핵심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 있는 등 이유로 자산이 대기업 기준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큰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실제 네이버는 그간 규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그 일면이 최근 마무리된 20대 국회의 막바지 입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네이버는 세종시에 제2데이터센터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민간 기업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그야말로 '총력 저지'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위클리 스마트]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은 어디에? 네이버의 '규제 알레르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사무실에는 '네이버 관계자 절대 출입금지' 팻말이 붙기도 했다.

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연구위원은 "일정 요건의 IDC 보유 사업자들이 다 해당하는 데도 유독 네이버만 극구 반대하고 법안을 폐기하려 한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 법안 저지 로비가 극심하다"며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재난상황은 전혀 고려 않는 네이버의 자세는 국민적 공분을 사야 마땅할 대목"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네이버의 바람대로 됐다.

이른바 'n번방법' 등 다른 규제는 모두 통과됐지만, IDC 관련 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폐기됐다.

아무래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철학으로 보는 게 옳은 것 같다.

그는 지난해 강연에서 "5조, 10조 규모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나"라며 "기술이 뒤처지지 않고 이길 고민만 해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을 묻고, 탐욕적이고 돈만 아는 회사라고 하는 건 책임이 과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진 GIO는 총수 지정을 피하려고 공정위를 몸소 방문하고, 실제 지정이 되자 회사가 나서 행정소송을 거론하기도 했다.

총수로 지정되면 친인척의 기업 활동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등 법적 책임이 커진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갑자기 큰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되면서 정체성 고민에 빠진 스파이더맨이 되뇐 말인데, 삐딱한 슈퍼히어로 데드풀이 비틀어버린 버전이 더욱 와 닿는다.

"큰 힘에는 큰 무책임이 따른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