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밀린 임금, 인수가의 절반…제주항공이 운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앞둔 이스타항공의 경영 난맥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4개월째 이어지는 직원 임금 체불액이 인수가의 절반을 넘어선 데다 항공기 운항 면허마저 정지돼 인수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달까지 체불한 임금과 희망퇴직금 미지급까지 합해 회사가 지불해야 할 액수가 2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자와 두 자녀 등에게 사재를 출연해 체불임금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 중 200억원은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조건이어서 실질 인수가는 345억원이다. 체불 임금이 인수가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으로선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을 우발채무로 떠안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더 이상 운항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3월부터 셧다운(자체 운항 정지)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의 비운항 기간이 두 달을 넘어가면서 운항증명(AOC)이 정지된 것이다. AOC는 당국이 항공사에 내주는 운항 증명서다. 항공사가 60일 이상 운항 정지 상태면 운항을 정지하도록 규정한 고시에 따른 조치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26일부터 국내선 3개 노선을 시작으로 운항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운항 재개를 위해선 3주 전인 다음달 5일까지 AOC 관련 보완 서류를 내야 하지만 회사 재무구조가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직원 체불 임금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정상화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완료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상황이 점점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8일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일을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