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1994년 ‘고난의 행군’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영향 때문이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9일 ‘KDI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 실린 ‘2020년 북한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대북 제재라는 ‘추세적 충격’과 코로나19라는 ‘즉시적 충격’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북한이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소비에트 쇼크’(추세적 충격)와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수입이 급감하면서 생긴 ‘중국 쇼크’(즉시적 충격)를 동시에 받았던 1994년과 비슷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대북 제재로 북·중 무역은 2016년 26억달러에서 지난해 2억달러로 줄었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 맞닿은 국경을 전면 차단하면서 북·중 무역은 더 위축됐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해 올해 3월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은 96%, 수입은 90% 감소했다. 4월 수출입도 1년 전보다 각각 90%가량 줄어들었다.

북한은 1980년대 말 옛 소련 몰락 후에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1990년 17억달러였던 북한의 무역액은 1993년 9억달러 수준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그러다 1994년엔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던 식량이 급감한 중국 쇼크가 터졌다.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은 1993년 74만t에서 1994년 30만t으로 줄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와 1994년 상황이 달라 북한이 ‘제2 고난의 행군’에 빠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국경봉쇄를 해제하기 힘든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