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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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지난 3월 완패한 한진칼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며 재차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 올 3월 27일 열린 한진칼의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3월 24일 3자 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따른 본안 소송이다. 당시 재판부는 3자 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 보유 지분 중 의결권이 유효한 8.2%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고 낸 가처분을 기각,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5%로 제한한 바 있다. 이 같은 한진칼 지분 3.2%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잘못됐다는 게 3자연합 측 주장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분쟁이 2차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반도건설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이 한진칼 주식 122만4280주(지분 약 2.1%)를 매수하면서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 상황에서 3자 연합이 연이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7월 이후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목표로 3자 연합이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었다. 반도건설이 매집 주체가 맞다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현재 42.74%에서 44.75%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까지 공시된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KCGI 19.36%, 조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16.90% 등 총 42.74%다. 이는 조원태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41.30%)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3자 연합은 또한 지난 22일께 한진칼에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자금 조달이 어렵다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필요한 자금은 보유 자산 매각과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와 함께 추진 중인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에는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시의 결정으로 당초 대한항공이 계획과 같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매각 대상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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