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0.2%를 제시했다. 28일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마이너스 전망과 미·중 충돌 등의 여파로 5원20전 올라 달러당 1239원60전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40원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성장률 2.3%P나 끌어내린 한은…"최악의 시나리오에선 -1.8%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로 소폭의 플러스(0~0.3%)를 제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보다 훨씬 더 어둡게 올해 경제를 전망했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2009년 성장률 전망치는 -1.6%였다. 한은의 전망은 한참 빗나가 실제 2009년 성장률은 0.8%를 기록했다. 한은 전망대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22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외환위기 당시 성장률은 -5.1%였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간소비·수출·설비투자 등이 일제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종전 1.9%에서 -1.4%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 같은 증가율은 1998년(-11.9%) 후 최저치다. 소비자들이 장기간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7%에서 1.5%, 상품수출 증가율은 1.9%에서 -2.1%로 줄줄이 낮춰졌다.

민간소비와 투자, 수출이 줄면서 고용도 위축될 것이라고 한은은 관측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23만 명에서 3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인 1.0%에서 역대 최저인 0.3%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기저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민간소비와 수출 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3분기부터 성장률 곡선이 완만하게 올라가겠지만 ‘V자’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0.2%는 코로나19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 안정세로 접어든다는 ‘기본 전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3분기까지 늘어나고 확산이 장기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8%에 달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기본 전제보다 더 빨리 진정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5%도 가능하다고 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