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청년농업인대상 받은 이응태씨 다부진 포부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 사는 이응태(40)씨는 자칭 '흙수저 청년 농업인'이다.

제2의 인생을 일구기 위해 농지를 장만해 귀농하는 도시 퇴직자들이나 부모의 농지를 물려받아 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 농업인들과는 달리 맨주먹으로 귀농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③ "맨손으로 시작한 흙수저 청년 귀농인의 성공기 쓸 것"
이씨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괴산에 둥지를 틀고 농업인의 삶을 시작한 것은 사실상 올해가 원년이다.

그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친환경 유기농을 추구하는 괴산 흙살림연구소에서 '청년 장기 귀농 교육'을 받았다.

국비가 지원돼 167만원의 수강료만 내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농사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봄철 농사 준비를 시작으로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농민들의 1년 농사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익혔다.

귀농 새내기이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귀농의 꿈을 키웠다.

2013년 부인 신은향(37)씨와 함께 서울에서 사회적 기업인 산지협동조합을 꾸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면서 언젠가 농촌에 터를 잡겠다고 마음먹었다.

[귀농귀촌] ③ "맨손으로 시작한 흙수저 청년 귀농인의 성공기 쓸 것"
"기회가 좋았죠. 산지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인연을 맺은 흙살림 연구소가 지난해 만 40세 미만 청년들을 위한 귀농 학교를 운영한 거예요.

제 나이 39살이었으니 저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죠"
그는 올해 빈집을 구하고 하우스 1채(660㎡)를 포함해 총 5천280㎡의 밭을 임차해 본격적인 농사에 나섰다.

"집이나 농지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보 농사꾼에게 맡기는 게 미덥지 않으셨던 거죠"
우여곡절 끝에 임차한 밭에 나가면서 삽을 사고, 필요할 때마다 농기구를 하나씩 장만하는 초보 농사꾼 이씨가 올해 경작하는 농작물은 소박하다.

감자와 옥수수, 고추가 전부다.

도시에서 귀농한 청년들이 농지를 장만해 의욕적으로 특용작물 재배에 뛰어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부터 착실히 배우고 싶어요.

의욕이 지나치면 실망도 크고 쉽게 지쳐서 포기할 수 있잖아요"
당장 농사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없는 이씨는 충북도가 귀농 청년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3년간 매달 80만원씩 주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귀농귀촌] ③ "맨손으로 시작한 흙수저 청년 귀농인의 성공기 쓸 것"
이씨는 어르신 치유 농장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텃밭이며 화초를 가꾸다 귀가하는 일종의 재가 노인 복지센터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성냥갑 같은 요양원이 아니라 자연을 벗하며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농사일하는 틈틈이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는 이유다.

이씨는 "맨손으로 시작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도시 청년들에게 보여주는 흙수저 청년 귀농인이 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와 농협중앙회 공동 주최로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20 귀농귀촌 청년 창업 박람회'에서 청년농업인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