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항공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중남미 2위 아비앙카항공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지 보름여 만이다.



라탐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파산법 제11장에 따라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과 부채 상환 계획을 놓고 협의 중이며, 승객과 화물 운송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법원은 기업을 청산하기보다 존속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고 법정관리를 시작한다. 채무 상환이 일시 연기되면서 회생 절차가 시작된다. 항공사는 기존의 항공기 구매 또는 리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라탐은 에어버스로부터 20여대, 보잉으로부터 6대를 들여오기로 계약한 상태다. 법원에 신청한 서류에서 라탐은 현재 자산을 210억달러, 부채는 180억달러 규모로 제시했다.

라탐이 신청한 파산보호 대상은 본사와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미국 내 자회사이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 내 자회사는 신청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라탐은 현재 13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인 쿠에도 가문과 마마로 가문, 카타르 항공 등으로부터 DIP파이낸싱으로 최대 9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DIP파이낸싱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걸고 지원되는 자금이다. 라탐이 공개한 현재 채무는 총 76억달러다.

라탐은 또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정부와도 추가 자금 조달 및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각국의 자회사들은 해당 국가 내에서 국내선도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 자회사는 브라질 정부와 3억6700만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놓고 협의 중이다.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라탐은 지난달 여객기 운항을 95% 줄이는 한편 전체 직원 4만여명 가운데 1850명을 해고하는 등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라탐은 1929년 칠레 국영항공사로 1989년 민영화된 란항공이 2012년 탐항공과 합병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300여대의 여객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 연간 승객수는 7000만명에 달했다.

앞서 중남미에서 2번째로 큰 항공사인 콜롬비아 아비앙카도 지난 10일 미국 뉴욕 남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