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삼성화재·카카오 합작법인’ 설립이 백지화됐다. 카카오는 독자적으로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되 삼성화재와 우호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쪽 모두 “제휴 방식은 달라졌지만 보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하기 위한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삼성화재, 디지털손보사 합작 무산
“친구로 남겠다” 쿨한 결별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는 26일 “사업 전략 수립에 시각차가 있어 합작법인 설립 준비는 중단하기로 했다”며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카카오페이(카카오의 결제사업 자회사)가 지분 51%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을 쥐고, 삼성화재와 카카오는 재무적투자자(FI)로 뒷받침하는 구조였다. 당시 양측은 “‘1등과 1등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보험시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삼성화재는 68년 보험 업력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두 회사는 곧바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모여보니 논의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양측은 “예비인가 신청 준비 과정에서 사업 방향, 수익성 검증 등 중요한 의사결정의 원칙과 방식을 놓고 의견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보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2009년 다이렉트(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에 처음 진출해 1위를 지켜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은 31.3%, 가입자는 271만 명을 기록했다. 합작법인이 자동차보험까지 팔면 삼성화재 점유율을 깎아 먹는 ‘자기잠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다.

한화손해보험·SK텔레콤·현대자동차가 공동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한화손해보험이 인터넷 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다이렉트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기에 이런 결정이 가능했다.

‘포괄적 업무제휴’ 맺고 협력 확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양쪽이 지분 구조나 사업의 대원칙에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정보기술(IT) 벤처로 출발한 카카오와 전통 대기업 계열의 삼성화재가 ‘문화 차이’를 단숨에 극복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측은 디지털 손해보험사 주주를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만으로 구성해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를 새 파트너로 영입할 계획은 없다”며 “당초 목표대로 내년 영업 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한다면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국내 2호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된다. 삼성화재도 자체적인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가입자 유치, 계약 관리 등 업무 전반에 IT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는 전날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에서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 앱에서 판매하는 삼성화재의 ‘생활밀착형 보험’ 종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보험증권 발송 등 서비스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합작법인 설립은 중단되지만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 간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