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가 10만 명에 이르는 유명 정치 유튜버가 수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 유튜버는 자신의 계좌 대신 딸 명의의 차명계좌로 광고비를 받아 소득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24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고소득 유튜버들의 탈세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달러 등 외화로 광고비를 받는 유튜버를 겨냥해 건당 1000달러, 연간 1인당 1만달러를 초과하는 외환거래자료 데이터베이스를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국은행으로부터 통보받는 외국환 송금 및 수취 자료를 집중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자·배당 등에 관한 금융계좌 정보를 90여 개 국가와 주기적으로 교환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능적 조세 회피를 시도하는 고소득 창작자를 중점 검증할 예정”이라며 “누락된 소득이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하는 등 세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이 고소득 유튜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선언한 것은 관련 산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다양한 편법이 나오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 10만 명 이상 국내 유튜브 계정은 이달 기준 4379개에 이른다. 2015년 367명에서 11.9배로 증가했다. 1인 미디어 시장 규모는 올해 5조17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산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를 상대로 세무조사한 결과 다양한 세금 탈루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딸 명의의 계좌 사용으로 수억원대 소득을 숨긴 시사·교양·정치 관련 유튜버는 자신의 계좌로 받은 소득도 일부만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 출연한 게스트에게도 원천징수 없이 출연료를 지급해 문제가 됐다.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다른 1인 창작자는 1만달러 이하 해외 광고 대가의 소득세 신고를 누락해 적발됐다. 이른바 ‘송금 쪼개기’를 한 것이다. 사업과 관련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사업상 필요경비로 속이거나, 코디와 매니저 등에게 지급한 보수에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적발 사례에서 소득세 등 수억원을 추징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