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말고 가방만 주세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 여성이 커피 음료 300잔을 대량 주문했다. 이 가운데 한 잔만 마시고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가방 17개를 챙겨 떠났다. 그는 버릴 수밖에 없게 된 음료 299잔을 매장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스타벅스 굿즈(기념품)의 인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최근 화제가 됐다.

스타벅스는 매년 여름과 겨울 ‘미션 음료’ 3종을 포함해 17잔의 음료를 마시면 증정품을 주는 행사를 한다. 연말마다 인기가 높은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대표적인 예다. 여름에는 소풍용 돗자리, 비치타월 등을 선보였다.

올해는 캠핑용품을 내놨다. ‘서머 체어’(접이식 캠핑의자) 3종과 ‘서머 레디 백’(다용도 가방·사진) 2종이다. 이 가운데 서머 체어 1종만 3만3000원에 살 수 있다. 나머지 4종은 모두 음료 17잔을 사야만 받을 수 있는 비매품이다.

이 가운데 서머 레디 백의 인기가 높다. 비매품인 이 제품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8만~1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음료 한 잔을 5000원이라고 계산하면 이 제품을 받기 위해 8만5000원어치의 스타벅스 음료를 마셔야 한다. 8만5000원어치 음료를 마시고 제품을 받아 중고시장에 팔면 1만~2만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어 ‘스타벅스 굿즈테크’란 말도 나왔다.

오픈마켓 옥션 등에도 서머 레디 백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가격은 분홍색 19만9000원, 초록색 10만9000원이다. 17잔을 다 마신 것을 보여주는 ‘프리퀀시’도 5만~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굿즈 교환권으로 나름의 가격이 형성됐다. 프리퀀시는 타인에게 양도 가능하다.

커피업계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자 캠핑용품을 굿즈로 내놨다.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 백은 하드 케이스를 적용해 디자인이 예쁘고 실용성이 높다는 입소문이 났다. 할리스커피가 내놓은 증정용 캠핑용 의자 하이브로체어도 중고나라에서 5만~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