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5㎚(나노미터·1㎚=1억분의 1m) 이하 초정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을 건설한다.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달 D램과 낸드플래시만 생산해 온 평택캠퍼스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법인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한다고 21일 발표했다. 가동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투자 금액은 1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이번 투자에 대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9%로 TSMC(54.1%)의 3분의 1 수준이다. 새로 건설되는 평택 파운드리는 최근 양산을 시작한 화성 사업장에 이은 두 번째 EUV 기반 생산라인이다. 파장이 짧은 EUV를 활용하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게 가능하다.

삼성의 투자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TSMC는 최근 미국에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5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