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5월 수출 '-20.3%'…반도체 선방했지만, 승용차 -59%·석유제품 -69%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03억2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억8000만달러(20.3%) 감소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15억1000만달러)도 20.3% 줄었다.

수출은 올 2월 3.8% 증가했으나 3월 0.7%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율이 24.3%로 커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국의 수입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이달도 20일까지 감소율이 20%를 넘어 월간으로 두 자릿수 감소가 유력하다.

석유제품(-68.6%)과 승용차(-58.6%)의 수출 부진이 특히 심했다. 석유제품은 지난달에도 56.8% 감소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 수요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해외 수요 감소와 부품 조달 차질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침체기엔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소비가 특히 많이 줄어든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도 11.2% 수출이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가 13.4% 증가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 3월(-2.7%)과 4월(-14.9%)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비대면산업 활성화로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난 것이 반도체 수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며 “D램 등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미국(-27.9%), 일본(-22.4%), 유럽연합(-18.4%) 등으로의 수출이 많이 줄었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코로나19 충격이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2월 3만3000명 증가했던 제조업 취업자는 3월 2만2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4만4000명까지 커졌다. 이달엔 제조업 고용난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외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이달 20일까지 26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에도 9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외환보유액 감소, 외국인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