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

소득하위 20% 지출 10% '뚝'
상위 20%도 3.3% 감소

통계청, 조사방식 바꾼 탓에
지표비교 막혀 신뢰성 논란
< 파격 할인가 내놓은 쇼핑가 >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21일 서울 명동 쇼핑가의 한 상점에 양말을 100원에 판다는 광고문구가 붙어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파격 할인가 내놓은 쇼핑가 >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21일 서울 명동 쇼핑가의 한 상점에 양말을 100원에 판다는 광고문구가 붙어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소비지출이 급감했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부자들까지 씀씀이를 줄였다. 소득 분배도 악화됐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는 2분기에는 더 안 좋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쇼크…지갑 닫은 소비자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분야의 지출 감소폭이 컸다. 오락·문화 지출은 18만1000원으로 25.6% 감소했다. 국내외 단체여행과 극장 이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음식·숙박 지출은 35만원으로 11.2% 줄었다. 학원 등이 문을 닫아 교육 지출도 26.3% 감소했다. 교복과 운동화 등 신학기 수요가 있는 의류·신발 지출은 개학 연기 영향으로 28.0% 쪼그라들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전년 동기는 물론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했다”며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가계 소비지출 '-6%' 최대폭 감소…코로나에 부자도 지갑 닫았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소비 지출을 줄였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68만6000원으로 3.3% 감소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48만6000원으로 10.0% 감소했다. 1~5분위 소비지출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있던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출이 늘어난 분야도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보건 지출은 2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용 소모품 지출액이 131.8% 늘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4만5000원으로 10.5% 늘었다.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2분기 소득분배 더 악화될 것”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지만 소득 분배는 악화됐다. 소득 분배율을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전년 1분기 5.18배에서 5.41배로 악화됐다.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각각 -3.3%, -2.5%, -4.2% 감소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원 1인의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원 1인의 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값이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4월 들어서도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분배 악화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던 사례를 거론하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통계 신뢰성 논란 여전

이날 발표된 가계동향조사는 강신욱 청장 부임 후 개편된 표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계청은 조사 방식이 바뀌면서 2017~2018년과 시계열이 단절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오자 과거와의 비교를 막기 위해 통계청장을 교체한 뒤 의도적으로 조사방식 개편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강 청장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2017년 이후 중단될 계획이던 가계동향조사를 지속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기존 통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조사 방식을 개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기존 방식과 변경 후 방식으로 함께 조사한 2019년의 소득이 큰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존 조사 방식에서 125만5000원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조사방법 변경 후 149만9000원으로 19.4%나 뛰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 개편 후 고소득 가구의 포착률이 높아진 영향”이라며 “조사 방식 변경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소득이 6~7% 정도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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