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나타난 '105층 거탑' GBC 엘리베이터 누구 손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사진)’ 착공 인허가 절차를 끝내면서 승강기 업체들이 수주전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층 빌딩 공사인 데다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대어’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승강기 업체 현대엘리베이터는 사내 초고속영업팀을 중심으로 GBC 승강기 입찰에 대비하고 있다. 2위 티센크루프코리아와 3위 오티스코리아도 GBC 수주를 위해 각각 전담팀을 꾸렸다. GBC는 2006년 현대차그룹이 신사옥 신축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승강기 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온 곳이다. 높이 569m(105층)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어서 향후 승강기 업체의 기술력과 평판을 좌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 설치 계약도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555m)에 설치된 61개 엘리베이터보다 숫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주 비용도 롯데월드타워의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보수까지 하면 수년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간만에 나타난 '105층 거탑' GBC 엘리베이터 누구 손에…
업계에서는 ‘알짜’로 꼽히는 초고층부 엘리베이터 계약을 어느 업체가 따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가가치가 큰 데다 높은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티센크루프는 자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트윈 엘리베이터’를 내세울 계획이다. 하나의 승강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이 제품은 층간 이동이 많은 건물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설치되기도 했다. 오티스도 롯데월드타워에 설치한 ‘스카이라이즈’를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수주를 통해 초고층 승강기 시장에서 ‘약하다’는 이미지를 씻으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시공 때도 초고층부는 오티스와 미쓰비시에 넘겨주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하부층을 맡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초고층 승강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이번 계약을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어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일하게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GBC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해외 업체에만 수주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센크루프와 오티스는 각각 독일과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