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산업, 규제 대신 성장
카스 공장에서 테라 생산도 'OK'

기획재정부·국세청, 주류 규제개선방안
맥주와 탁주 종량세 개정 이후 후속 대책

술 제조면허 있으면 캔과 병 등 '위탁 생산'
초기 설비투자 부담 컸던 소규모 양조장 '환영'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대형매장용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대형매장용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9일 발표한 '주류 규제개선방안'에는 제조 유통 판매 등 주류 산업 전반에 걸쳐 있던 크고 작은 규제 개선책이 담겼다. 지난 1월 맥주와 탁주에 한해 술에 매기는 세금을 기존 '가격 기준'에서 '생산량 기준'으로 50년 만에 바꾼 주세법 개정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개선안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는 수 십년간 '규제 산업'으로 바라봤던 술 산업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바라봤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주종을, 음식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카스 공장에서 테라 만들 수도

술을 만들어 파는 건 까다로웠다. 주종 별로 국세청으로 받은 별도의 제조 면허가 있어야 하고, 해당 공장에서는 허가 받은 자체 술만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제조 면허가 있는 사업자라면 타사 공장에 가서 캔맥주, 병맥주의 위탁생산(OEM)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수제맥주 업계다. 예를 들어 '한경 페일에일'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 A가 있다고 치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캔 공장을 짓지 못해 양조장 인근 업장에 생맥주로만 공급해왔다면 이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의 대기업 맥주 공장에서 캔으로 생산, 유통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카브루, 제주맥주, 세븐브로이 등 설비를 갖춘 규모 있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도 소형 양조장들과 다양한 협업을 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맥주 종량세 전환된 후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났는데 국내에서 위탁 제조가 안돼 해외 아웃소싱을 한 업체가 올해만 3~4곳"이라며 "국내 맥주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양조장들은 술 공장으로 허가를 받아 지정된 주종 외에 다른 음료를 만들 수 없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맥주를 바쁘게 생산한 지난 1분기에도 강원, 마산, 전주 등 맥주 공장 가동률은 맥주 60~70%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주류의 소주와 맥주 공장 가동률은 38%, 오비맥주는 40%대였다.

앞으로는 술 공장에서 음료, 술 찌게미로 만드는 빵, 화장품 등까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롯데주류의 경우 맥주 캔 생산 시설에서 롯데칠성의 다른 음료 브랜드 생산을 해도 된다는 얘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공장 내 별도 독립 공간과 설비에서 생산해야 했던 '논알코올 맥주'도 생산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술값<음식값' 한해 통신판매 허용

제조와 함께 판매에 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전통주를 제외하고 국내에선 주류의 통신 판매는 그 동안 불법이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보이'와 '음식점이 배달하는 생맥주'는 국민 정서상 일반적이고 대중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각각 2016년과 2019년 허용한 바 있다. 기존에는 '음식과 부수해 주류를 판매하는 통신판매는 허용'한다고 돼있었지만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을 때만 통신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2만원짜리 치킨 1마리를 주문할 때 3000원짜리 생맥주 6개까지 주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술을 배송할 때 자체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가 부착된 자체 차량이나 전문 주류 물류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규제도 없앴다. 강원도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지금은 자사 운반차량 2대로만 유통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외부 택배 회사를 통해 전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주류 수입사들도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수제맥주 회사들이 각종 규제에 막혀 시도 못했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통신판매 이어 감세 혜택도

전통주의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도 늘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전통주 양조장 투어 등 산업관광을 활성화 하기 위해 전통주와 소규모 주류 제조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 주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주한외국군인과 외국인선원 전용 유흥음식점에 제공되는 주류에만 주세를 면제해왔으나 이를 대폭 확대했다.

제조사와 수입업자만 할 수 있었던 '주류 시음행사'는 주류 소매업 면허를 가진 전통주 홍보관 등에 확대 허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전통주갤러리, 광명시의 광명와인동굴, 서울시 상생상회, 영동군 영동와인터널 등을 찾는 사람들은 홍보 목적으로 제공되는 술을 시음해볼 수 있게 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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