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화폐 수집시장..."98년産 5백원에 맞먹는 놈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행한 '한국의 주화' 세트를 놓고 화폐 수집가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세트에 포함된 1·5원 동전이 희귀하다는 점 때문이다. 수집가들 사이에선 시가로 200만원에 육박하는 '1998년산 500원 동전'에 버금가는 아이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0년産 1·5원 동전 구해라"
한은은 한국의 주화 세트와 관련해 21만2345세트 구매 예약이 접수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세트는 7만세트를 발행할 계획으로 매입 경쟁률은 3대 1이다. 앞서 한은은 1·5·10·50·100·500원짜리 등 6종의 동전 1개씩으로 구성된 한국의 주화 세트를 판매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구매예약을 받았다. 액면가격은 666원이지만 고품질 주화인 만큼 판매가는 3만원으로 결정됐다.

한은과 한국조폐공사는 이달 25일 추첨을 거쳐 다음달 12일 세트를 교부할 예정이다. 한은에서는 2001년부터 매년 '한정판 주화세트'를 10만~15만세트가량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루프(Proof·고품질 무결점 주화)급 세트라는 점이 다르다. 프루프급이란 특수한 가공처리와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생산되는 무결점 주화를 말한다. 동전의 그림·표기와 내뿜는 빛이 더 선명하다. 일반 동전 제작 과정과 달리 조폐공사 직원들이 7만세트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이번 세트에 포함된 1·5원의 희귀성도 수집가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1·5원은 유통용으로 발행되지 않고 판매하기 위한 한정판 주화세트용으로만 찍는다. 프루프급 1·5원은 향후 추가로 발행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수집가들의 매입 욕구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화폐 수집가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얼마나 적게 유통됐느냐'에 있다"며 "품질이나 디자인보다 사실상 희귀성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1982년産 주화세트·1998년産 500원, 수집가 '잇템'
한국의 주화세트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화폐 수집가들의 이른바 '잇템'(it+item·누구나 갖고 싶은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1982년 발행된 프루프급 기념주화 세트다. 1·5·10·50·100·500원짜리로 이번에 발행되는 것과 같은 세트로 한은이 당시에 홍보용으로 2000세트만 발행해 판매했다. 현재 이 세트는 수집가들 사이서 75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1998년 발행된 500원 동전도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한해 평균 수천만개씩 발행되던 500원짜리 주화는 이해 외환위기를 맞아 발행량이 급감했다. 당시 500원짜리 동전은 1·5·10·50·100원 주화와 함께 6종으로 묶어 단 8000개만 제작됐다. 500원 동전은 1982년 최초 발행된 이후 1985·1986년을 제외하면 매년 발행됐다. 1988~2008년에 500원어치 동전이 연평균 7981만개씩 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998년 발행량은 평년 대비 0.01%에 그치는 수준이다. 현재 이 제품은 2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30대가 1998년산 500원 동전을 팔겠다고 속이고 74명에게 돈만 가로채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아 구속된 사례도 이 동전의 몸값·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한편 한은은 한국의 주화세트 판매를 위한 추첨 당첨자를 오는 27일 발표한다. 미당첨자는 구매를 위해 납입한 신청금을 예약신청서에 적힌 계좌번호로 환급받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