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러 왜 마트까지 가요"…대형마트 넘보는 편의점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장보기'를 편의점에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사람이 많은 대형 마트를 피해 집 앞 편의점을 찾으면서다. 편의점이 익숙한 2030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가세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이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신선식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3040 신선식품 매출 50% 늘어

1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편의점에서의 신선식품 등 식자재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편의점 CU의 채소 품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1%, 쌀 등 양곡은 71.9% 증가했다. GS25에서는 현미와 찹쌀 등 잡곡 매출이 250% 급증했다. 간장 등 조미료(88.3%)와 두부(38.2%) 매출도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4월 채소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8%, 조미료 매출은 23.7%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편의점에서 식재료를 사던 사람들은 주로 1~2인 가구였다. 대형마트와 달리 편의점은 양파 두 개, 바나나 한 개 등 신선식품을 소량으로 취급해 홀로 사는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주부들은 급할 때가 아니면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의 과일, 채소, 쌀 등 신선식품 매출 증가율을 연령별로 보면 30~40대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20대 매출 증가율(23.1%)의 배 이상이다. 50대 이상 매출도 같은 기간 32.6% 증가했다.

최근 인터넷의 주요 지역 맘카페에는 '편의점 장보기' 와 관련된 인증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동네 마트는 멀고, 대형마트는 가기가 꺼려져 편의점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사 봤는데 마트 제품과 별 차이가 없더라"며 "요즘 두부와 콩나물은 편의점에서 다 산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편의점서 장 보는 데 써"

편의점 장보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편의점은 가까워 쉽게 들릴 수 있는데다 긴급재난지원금도 사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발급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과일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5월 6~10일) 대비 34.9% 늘었다. 이마트24에서는 조미료 매출이 16.4% 늘었다.

편의점 업계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편의점 신선식품이 비싸지 않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한정 수량으로 일반 사과보다 당도가 높은 '엔비 사과'를 판매했다. 이 제품은 가맹점주들의 주문량이 몰려 2주만에 조기 마감됐다.

GS25 관계자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편의점에서 과일을 사먹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 경험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백화점에만 과일을 납품하던 업체들 중 최근 편의점에 납품 문의를 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포도와 토마토 등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하던 고급 과일 상품군을 다른 점포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에서는 이미 편의점주가 대형마트 시총을 넘어섰다. 지난 14일 GS리테일이 시가총액 기준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대장주'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4.7%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지난 15일 기준 GS리테일 시총은 3조2725억원으로 이마트(3조1221억원)와 롯데쇼핑(2조4640억원)을 모두 넘었다. BGF리테일도 시가총액 2조7309억원으로 롯데쇼핑과 신세계(2조2989억원)를 제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