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상장 패션기업 두 곳 중 한 곳꼴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봄 영업이 크게 부진했던 영향이다. 일부는 유동성 위기 상황에까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39개 상장 패션업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결산보고서를 17일 전수 분석한 결과, 절반가량인 18곳이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기업은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의 종목 분류에서 섬유·의류·신발·호화품 업종 78개사 중 지주회사 방직회사 피혁회사와 외국 기업 등을 제외한 39곳이다.

적자 기업은 작년 1분기 대비 40%가량 늘었다. 작년 1분기에는 13곳이 적자를 냈는데 올 1분기에는 적자 전환 기업을 포함해 다섯 곳이 더 늘었다. 신성통상이 대표적이다. 탑텐, 지오지아, 올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성통상은 올 1분기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까스텔바작 SG세계물산 형지I&C 배럴 에스티오 쌍방울 등도 적자로 돌아섰다. 호전실업 한세엠케이 인디에프 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수출상황 최악…2분기 실적이 더 걱정된다"
상장사 절반이'적자 수렁'…대기업도 간신히 적자 면해


패션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외출과 여행이 줄면서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까지 위기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옛 LG패션)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291억원에서 올 1분기 119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화장품이 있어서 이 정도였다. 패션 부문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영업이익이 93% 급감한 5억원 안팎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LF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0.2% 줄어든 130억원에 불과했다. 매출은 12.2% 감소한 3721억원이었다. 온라인몰이 잘 갖춰져 있어 선방했다고 하는 것이 이 정도다. LF의 온라인 매출은 30%를 넘는다.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을 온라인이 일부 상쇄했다.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 이상 감소했다.

패션업계에선 올 2분기 이후를 더 비관적으로 본다. 특히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상황은 매우 안 좋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 브랜드에 주로 제품을 공급하는데, 이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공장은 상당수가 가동을 중단했거나 일부만 운영되고 있다. 한세실업 신성통상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의 OEM 업체들이 1분기 영업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선 것은 해외 공장 상황이 안 좋은 영향이다. 한 증권사 패션담당 애널리스트는 “많은 OEM 업체가 3월 중순 이후 대규모 주문 취소와 배송 지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패션업체들의 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우하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파산하는 패션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달 초 제이크루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제이크루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안재광/노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