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감원 이어 국내 상용차 생산 멈추나
65년째 달린 '대우버스' 사라질 위기

현대·기아자동차와 버스 시장을 양분해온 자일대우상용차(옛 대우버스)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버스 판매량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영향이다. 자일대우상용차는 감산·감원에 이어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대우상용차 노조는 “65년 전통의 부산·울산 향토기업인 대우버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65년째 달린 '대우버스' 사라질 위기

6년 새 판매 ‘반토막’…2년 연속 적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자일대우상용차는 지난달부터 울산공장의 버스 생산량을 하루 8대에서 6대로 25% 줄였다. 또 생산부문 계약직 직원 35명을 내보낸 데 이어 추가로 20여 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대우상용차는 내수 버스 시장 침체 속에 현대·기아차와의 경쟁 심화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일대우상용차 버스 판매량은 2013년 3903대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2016년엔 3000대 밑(2942대)으로 떨어졌다. 작년엔 1991대로 6년 새 반 토막 났다. 연간 판매량이 울산공장 생산 설비 규모(연 7000대)의 30%에도 못 미친다.

판매 부진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로 2018년(-125억원)과 2019년(-23억원)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자일대우상용차는 올 들어선 코로나19 여파로 ‘수요절벽’과 생산 차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버스 판매량은 1만2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607대)보다 38.3% 줄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1991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버스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고속버스 회사와 관광업체들이 버스 구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품 수급까지 차질을 빚으며 자일대우상용차의 공장 가동률은 더 떨어졌다. 중형 버스인 레스타를 생산하는 울산공장 3라인은 엔진 조달 문제로 지난 2월 2주간 멈춰섰다. 생산 중단 여파로 3월 울산공장 직원들의 상여금을 체불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공장 가동 중단 놓고 노사 갈등

65년째 달린 '대우버스' 사라질 위기

자일대우상용차 회생 방안을 놓고 노사 간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오는 6월까지만 버스 주문을 받는 등 사실상 울산공장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경기 부천 본사와 부품 수출·내수 부서만 유지하고 생산 기지는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3년 대우버스를 인수한 영안모자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과 코스타리카, 카자흐스탄 등 7개 국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연 1000대의 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베트남 공장은 수요 증가 덕분에 연간 30억원 가까운 순익을 낼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걷고 있다. 회사 측이 공장 이전지로 베트남을 검토하는 이유다.

노조 측은 “대주주인 영안모자 최고경영진이 3월 울산공장 노조와의 면담에서 베트남 공장을 주력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베트남에서 제조한 차량을 한국으로 수입하겠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엔 600명이 근무 중이다. 노조는 18일 울산시청에서 ‘울산공장 폐쇄 규탄 및 노동자 일터 지키기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노조는 파업권 확보 차원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자일대우상용차는 “울산공장 폐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울산공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가동 중단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출고 차량 사후관리(AS)와 부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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