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3조5000억원을 들여 단순 반복작업 위주의 공공 단기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고 민간 단기 일자리 15만개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직접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비대면·디지털 공공 일자리 10만개와 취약계층 대상 공공일자리 30만개를 만들고, 민간 부문에서 기업들이 새로 고용하는 15만개 일자리에 대한 인건비를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게 방안의 골자다.

정부가 만드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는 주로 수치 등을 컴퓨터로 단순 입력하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종이에 적힌 시설물 안전점검·진단 결과보고서나 연구 데이터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자리를 주요 예시로 들었다. 의료기관에서 발열체크를 도와주고 환자를 안내해 주는 업무를 하거나, 국립공원 등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간격을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일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취업자는 최대 6개월간 일자리에 따라 주 15~40시간 일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1조5000억원을 투입해 30만개를 만드는 취약계층 공공일자리는 ‘노인 단기 알바의 전 연령 버전’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47만6000명 급감하는 등 코로나19로 급격히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정부 재정으로 일부 보완하자는 취지다. 전통시장과 공원을 청소하거나 산불이 나지 않는지 감시하는 등의 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저소득층과 실직자, 휴·폐업한 자영업자 등이 주로 선발될 전망이다. 이들은 최대 5개월간 직무에 따라 주 15~30시간 일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게 된다.

민간부문에서는 신규 고용되는 총 15만명의 청년(만 15~34세) 취업자 인건비를 최대 6개월간 기업에 지원해주기로 했다. IT 관련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한다. 주 15∼40시간, 3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계약이 조건이다.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이다.

IT 관련 직무가 아니더라도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인턴을 채용하면 최대 월 80만원의 인건비를 6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주 15∼40시간, 3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계약 조건이다.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5만개 일자리에 대해 3000억원을 들여 채용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등에서 이직한 취업취약계층과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1인당 월 100만원(중견기업 80만원)을 최대 6개월 동안 지원하는 식이다. 정부는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즉시 시행되도록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마련해 오는 21일 4차 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날 만들겠다고 밝힌 일자리는 총 156만개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채용이 연기됐던 공무원·공공기관 일자리 6만7000개와 노인일자리 등 단기 직접일자리 94만5000개, 추가 직접일자리 55만개 등이다. 국내 상장사 매출액 상위 1000곳의 고용인원 132만7383명(2018년 기준)보다도 많은 숫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정부가 일자리 갯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했다는 게 문제”라며 “고용통계는 개선될 수 있어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