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코로나 생존법'

외국인 발길 줄자 내국인 공략
롯데시티, 새벽 체크인·조식 2회
글래드도 '30시간 패키지' 내놔
마리나베이는 요트 탑승권 주기도
위기의 호텔…'1.5박에 조식 2끼' 서비스도 등장

국내 주요 호텔들은 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 모처럼 분주함을 맛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두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객실이 대부분 채워졌다.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제주 신라호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은 객실 점유율이 80%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그런 반가움도 잠깐. 연휴 이후 점유율이 다시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호텔들은 주요 고객인 외국인이 사라지고 상당 기간 내국인들로 승부를 봐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호텔들이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넘어 ‘워캉스’ ‘힐캉스’ ‘키캉스’ 등 온갖 ‘O캉스’ 신조어를 쏟아내며 내국인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1.5박 상품도 등장

내국인 공략법 ‘1순위’는 체류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체크인 시간을 앞당기거나 체크아웃 시간을 늦추는 식이다. 호텔에 장시간 체류하며 온전히 호텔을 즐기길 원하는 내국인의 성향을 고려한 것이다.

롯데시티호텔이 지난달 말 내놓은 상품은 체크인 시간을 극단적으로 앞당겼다. 새벽 5시부터 가능하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일하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했다. 이른 아침 호텔에 체크인하고 조식을 먹은 뒤 일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또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갈 수 있게 했다. 호캉스 상품이 봇물 터지듯 나오자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상품 이름은 ‘워캉스(work+vacance) 패키지’다. 롯데시티호텔 4개 지점(마포·김포공항·구로·명동)에서 다음달 말까지 판매한다.

글래드호텔은 ‘30시간 휴식 패키지’란 것을 지난달 팔았다. 원래 1박에 최대 20시간가량 머물 수 있는 체류 시간을 10시간이나 늘렸다. 체크인은 원래 오후 3~4시에 하는 것을 오전 10시부터 가능하게 했다. 체크아웃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로 미뤘다. 사실상 ‘1.5박’ 상품이다. 방에서 온종일 푹 쉬는 ‘룸캉스’ 상품으로 불렀다.

숙박하면 각종 부대시설은 공짜

각종 부대시설 이용권을 끼워주는 것도 내국인 공략법이다.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호텔에 머물면 뷔페 레스토랑 조식뿐 아니라 수영장과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을 이용하고, 예술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관람할 수 있다. 여기에 스파 ‘씨메르’와 테마파크 ‘원더박스’ 등의 입장권을 할인해준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은 숙박에 조식, 보드게임 등을 포함시켜 ‘키캉스 패키지’란 이름으로 판다. 키캉스는 ‘키즈’와 ‘바캉스’를 결합한 말이다. 마리나베이 서울은 숙박 시 아라뱃길에서 한 시간가량 요트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당구장, 키즈카페 등은 숙박 시 별도 이용 요금이 없다.

“일본처럼 내국인 비중 높아질 수도”

호텔에서 쓰는 침구를 판매하는 매장을 열어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이달 초 신관 1층에 ‘해온 프리미엄숍’이란 매장을 냈다. 롯데호텔에서 실제 쓰는 시몬스 침대의 최고급 라인과 이탈리아 브랜드 ‘가스탈디’의 이불과 베개 등을 판매한다. 집에서도 호텔과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호텔들은 외국인의 ‘장기 부재’에도 대비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올해 전 세계 관광객이 최대 7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외국인 투숙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계획을 새로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력 고객을 내국인으로 가정하고 이들의 취향에 맞게 시설물 정비와 콘텐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호텔은 좋은 참고 사례다. 내국인 비중이 약 55%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호텔 영업에도 내국인이 많은 것은 도움이 된다.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이 주중을 채워주고, 내국인이 주말과 연휴를 채워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호텔은 그 호텔만 보고 오는 ‘단골 고객’도 많다. 도쿄의 경우 역사와 전통의 임피리얼, 최고급 럭셔리 리츠칼튼 등 호텔들 특색이 각각 다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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