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 등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과정에서 자산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내놓은 18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책을 집행해야 한다.
産銀·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에 '사상 최대' 10조원 자금 투입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책금융기관을 지원할 목적으로 10조원 정도를 배정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여력으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이 코로나19 금융지원 패키지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가 증자나 출연 명목으로 정책금융기관에 10조원 정도를 배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금융위원회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3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3차 추경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정책금융기관에 사용하려는 이유는 이들 기관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산은과 수은은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만 25조30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등에 6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신보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11조7000억원의 보증지원을 해야 하는 등 28조원이 넘는 자금에 보증을 서줘야 한다. 기은도 17조원 상당의 자금 지원을 떠맡았다.

추가 재원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지금의 대책만으로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는 우려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10조원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증자나 출연의 기준을 평상시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은 100억원의 증자나 출연이 이뤄지면 600억~1000억원 정도의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 체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금을 공급한 이후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한다. 돈을 떼일 확률이 커졌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책금융기관의 하소연이다. 3차 추경은 다음달 새로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충실히 이뤄지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해줘야 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의 규모와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들이 요청한 돈을 모두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서/성수영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