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농협 같은 상호금융조합은 ‘초저금리 시대’에 이자 한 푼이 아쉬운 소비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조합원 출자금 1000만원과 예금 3000만원 등 최대 4000만원의 이자 수익에 대해 14%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해줄 수 있어서다. 다만 같은 시·군·구 거주자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영업지역 규제’ 탓에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회에 발의된 신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소비자는 비과세 예금의 혜택을 받기가 수월해진다. 마포구에 사는 서울시민이라도 직장 근처의 어떤 신협이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협법 개정안이 상호금융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 부실 우려는 없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건전성 규제나 내부통제가 다른 금융권보다 약한 상황에서 섣불리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했다가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업지역 늘려달라는 신협…"세제혜택 받으면서" 펄쩍 뛰는 금융위
신협 “지금은 돈 굴릴 데가 없다”

신협법 개정안은 조합 설립·가입 기준인 공동유대(영업지역)를 현행 226개 시·군·구에서 전국 10개 구역으로 광역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영업지역 확대는 신협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신협은 자금을 빌려줄 곳이 마땅하지 않은 상당수 지역신협이 경영 위기에 몰려 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경남 남해신협은 자산 규모가 1430억원에 달하는데, 남해군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4만 명에 불과해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서울 관악신협도 3600억원의 자산을 지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영업지역을 넓히면 남해신협은 부산·울산·경남 전역에서, 관악신협은 서울 전역에서 조합원을 모으고 우량대출을 확대하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신협의 설명이다. 영업범위를 광역 단위로 넓히면 서울로 가는 대출을 일부 지방으로 돌릴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신협의 영업구역이 넓어지면 6개 광역 단위로 영업하는 저축은행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오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협 개정안은 신협이 지금까지 주로 경쟁해왔던 새마을금고를 넘어 저축은행과도 본격적으로 싸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금융회사와 다를 바 없는 신협이 세제 혜택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영업지역까지 늘려주면 생존 위기에 몰린 지방 저축은행들이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신협 조합원은 예·적금에 대해 3000만원까지 농어촌 특별세(연 1.4%)만 내면 되지만 저축은행에 예·적금을 맡기면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저축은행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신협과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토로하는 배경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신협의 세제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왔다.

‘농협·수협도?’ 불안한 금융위

금융당국도 신협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상호금융’이라는 고리로 묶여 있는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과 형평성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이들 상호금융에도 조합원 가입 자격, 비과세 혜택 등이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3534개에 이르는 모든 상호금융조합이 영업지역 확대를 요구하면 상호금융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1990년대 조합 간 과당 경쟁으로 정부 재정을 수혈받았던 신협의 전력도 문제 삼고 있다. 신협은 2004년 이후 금융사고, 부실대출 등으로 290개 조합이 정리됐고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자금 지원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64개 신협 조합이 경영개선권고·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알짜 같은 실적을 내는 건실한 신협 조합들은 소규모 자산으로 지역 밀착 영업에 주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업지역이 광역화하면 대도시 중심으로 여·수신 경쟁이 벌어져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신협 지역조합의 75%가 비(非)수도권에 있다. 이에 대해 신협 측은 “중앙회가 작은 조합에 ‘출점 우선권’을 주는 식으로 소형 조합의 영업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신협의 영업지역을 넓히려면 다른 혜택은 줄여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전성·지배구조·내부통제 등의 규제를 저축은행 수준으로 높이거나 비과세 혜택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영업지역의 틀은 유지하되, 신협의 자금 운용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비조합원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임현우/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