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금융위 재고 요청 묵살…신협법 개정안 '일사천리'
“정무위원장님! 혹시 발언을….”

지난 3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신협의 영업지역(공동유대) 확대를 담은 ‘신협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 다급하게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은 위원장은 “신협의 공동유대 확대에 몇 가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조합의 건전성이 악화돼 오히려 신협에 독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로 이어져 지역 기반의 서민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의 재고 요청에 호응한 의원은 없었다. 민 위원장은 이 법안을 곧바로 표결에 부쳤고, 이의 없이 가결됐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정무위 회의에서 신협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려다가 ‘면박’을 당한 기록도 속기록에 남아 있다.

이런 모습을 두고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조합은 전국에 조합망을 촘촘하게 두고 있어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해석했다. 신협은 이 법안을 관철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협 조합원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632만 명이 넘는다. 전국에 885개 조합을 두고 있고, 모든 이사장을 선거로 뽑는다.

신협의 영업구역 제한이 풀리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저축은행업계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국회에 의견서를 보내 신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조합이라는 이유로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은 신협까지 영업지역을 확대하면 다른 금융권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신협과 같은 영업구역 규제를 받고 있는 농협, 수협 등도 신협법 개정안의 통과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은 조합 1118개, 조합원 2027만 명으로 신협보다 덩치가 더 크다. 수협도 90개 조합에 170만 명이 가입한 거대 조직이다.

신협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법사위에서 대부분 의원은 찬성하는 가운데 2~3명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고,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업계에 갈등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