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해 공개한 45 일렉트릭 콘셉트카.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지난해 공개한 45 일렉트릭 콘셉트카.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첫 차세대 전기자동차(코드명 NE)를 내년 1월부터 생산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바꾼다. 생산 첫해인 내년에 7만4000대, 2022년에 8만9000대를 만들 계획이다. 차량 길이 등 제원도 확정했다.

내부는 팰리세이드보다 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노동조합에 NE 제원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했다. NE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 첫 양산차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코나와 아이오닉 등 기존 차량의 뼈대를 부분 개조한 전기차만 내놨다. NE가 현대차의 첫 번째 차세대 전기차로 불리는 이유다.

NE는 길이가 길고 높이가 낮은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로 만들어진다. 차체 길이(전장·4635㎜)와 차체 폭(전폭·1890㎜)은 중형 SUV 싼타페와 비슷하다. 차체 높이(전고)는 1605㎜로 소형 SUV 코나(1565㎜)급이다. BMW X4 등 쿠페형 SUV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45는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재해석한 차량이다.

내부 공간 규모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는 3000㎜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보다 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엔진 등을 넣는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내부 공간이 커진다”며 “현대차 NE는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45. 현대차의 첫 차세대 전기차인 NE(코드명)는 이 차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NE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의 넓은 내부 공간과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45. 현대차의 첫 차세대 전기차인 NE(코드명)는 이 차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NE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의 넓은 내부 공간과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차 제공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제품을 쓴다. 기본형에는 58㎾h, 항속형에는 73㎾h 배터리가 탑재된다. 충전 후 각각 354㎞, 450㎞ 주행할 수 있다. 항속형은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코나 EV(406㎞)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팩을 차체 하부에 평평하게 까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전기차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팩을 탑재했는데, 바닥이 솟아올라 뒷좌석 승객이 발을 둘 공간이 좁아지는 게 단점으로 거론됐다.

충전 속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초고속 충전소를 이용하면 15분 만에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는 급속 충전해도 40분이 걸린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초고속 충전 시설 20곳을 짓고, 초고속 충전기 120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이 차량을 유럽에 수출하고, 3월에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내년 7월엔 미국에도 진출한다.

세계 3위 전기차 회사로

현대차는 NE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는다. 현재 4종(코나, 아이오닉, 포터, 중국 전용 라페스타)인 전기차 모델 수를 16종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 등 일부 차종의 전기차만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경차부터 대형 차까지 전 라인업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 모델도 나온다.

연간 판매량도 6만 대(지난해)에서 56만 대(2025년)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3위 전기차 제조회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동화(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분야에 9조7000억원을 쏟아붓는다. 미래 산업 관련 투자액(2025년까지 20조원)의 절반가량을 전기차에 투입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길”이라며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미래 자동차업계 구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 생산인력 40% 줄어…현대차, 고용규모 놓고 고심

지난달 27일 현대자동차가 울산 1공장 노동조합 대표단에 첫 차세대 전기자동차 모델(NE) 생산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회사의 새 미래를 제시하는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지만, 노조 대표단 얼굴은 어두웠다. 이들은 “총 고용 인력을 유지한다고 확답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고, 회사 관계자들은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단독]  현대車 차세대 전기차가 온다…충전은 15분, 실내는 팰리세이드급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조립에 필요한 인력 수도 적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 인력 감소를 반대하고 있다. 전기차발(發) 노사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8월 1일부터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으로 바꾸는 공사를 한다. 여기서는 NE와 코나 전기차만 만든다.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라인이다. 현대차는 공사를 하면서 생산 보조 로봇을 더 많이 배치해 자동화 비중과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라인이 구축되면 필요 인력이 20% 이상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수만 봐도 내연기관차는 3만여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1만5000여 개밖에 안 된다. 생산직 수가 4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대차는 이를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로 해결할 계획이다. 정년퇴직에 따른 결원 충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고용 인력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생산직 3만5000여 명 중 1만 명 이상이 5년 내 정년퇴직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인위적인 감원을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 측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노조 대표자는 정년퇴직자 수만큼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노조 반대에 밀려 전기차 전용라인 구축 및 자동화 추진 등을 할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경쟁력을 잃는다”며 “자칫 글로벌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