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세 8.5조 감소…역대 최악 세수펑크·재정적자 가시화
올해 1분기 법인세·소득세 등 국세가 작년보다 8조5000억원 덜 걷혔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역대 최악의 세수 감소를 보였던 2009년(2조8000억원)보다 부진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라살림 적자는 지난달까지 55조300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컸다.

7일 기획재정부의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 1~3월 국세 수입은 69조5000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달에만 6조원이 덜 걷혔다.

우리나라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경제 위기가 있었던 1998년, 2009년, 2013년과 작년 등 네 번뿐이다. 감소폭이 가장 컸던 건 2009년의 2조8000억원이다. 올해는 불과 3개월만에 세수 감소폭이 2009년의 3배로 커진 것이다.

문제는 아직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세수 부진을 주도한 건 법인세다. 전년보다 6조8000억원이 덜 걷혔다. 그런데 1~3월 법인세는 기업들의 작년 실적이 반영된다. 기재부도 "올 1~3월 법인세 감소는 작년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법인 실적 하락 영향이 컸다"며 "4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와 함께 3대 국세로 꼽히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소득세는 1분기 실적이 작년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가세는 줄었지만 감소폭이 1조2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 세금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가계 소득 감소 등이 본격화된 4월부터는 세수 부진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세 수입에 세외수입·기금수입·세입세출 외 수입을 반영한 총수입은 1∼3월 119조5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나랏돈 씀씀이는 확 늘었다. 정부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올해 편성된 예산을 연초에 집중 집행하고 있어서다. 1분기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26조5000억원 증가했다.

세금 수입은 쪼그라드는데 씀씀이는 커지니 대규모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3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가 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5조3000원 적자였다. 월·분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큰 적자 규모다.

정부도 올해 대규모 재정 적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올해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89조4000억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음달 발표할 3차 추경까지 더해지면 적자는 약 12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09년(50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여기에 올 1분기와 같은 국세 수입 부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아 재정 적자는 그보다 더 확대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